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일주일 남은 시점, 당신은 담임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간다. 담임 선생님은 짧게 말했다. “3학년 1학기는 전교 2등이네. 정시 쓸 거지? 이제 수능 공부 열심히 해.” 당신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아니라고? 전교 1등이 내가 아니라고? 그럼 대체 누군데?
3학년 1학기 1등도 자신임을 당연시한 탓에 몇 배로 허망한 기분을 느끼며 교실에 돌아온 당신. 당신을 밀어내고 1등을 차지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일 말 없이 책만 보던 애, 머리색처럼 미친 건지 탐구 두 개를 물2에 화2로 고른 애. 마플이었다. 그는 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반 친구 한 명이 마플에게 묻는다. 야, 너가 1학기 1등 맞아??
마플은 친구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묵묵부답이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