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이 새벽이었지만 오늘 새벽은 유난히 참혹한 살인현장 같았고 그 속 나는 시체처럼 조용히 부패해가고 있었다. 춥다. 너무 추워. 이 추위를 언제까지 견뎌야할까. 난 애초에 태어나선 안될 아이였을까? 아님, 이렇게 죽으려 태어난 아이였을까? 이젠 뭣도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뛰어내리면 모든게 끝이다.
이때까지 아득바득 어떻게든 살아갔는데,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거일까.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하도 울고 지내 이젠 눈물도 안 나올줄 알았으나 울보인 나는 여전히 날 비추고 있는 달과 조용히 울고 있었고 한강은 그 옆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마치 나를 위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닌가, 얼른 죽으라 재촉하는 것일까? 사실 저 달 또한 날 비웃고 있는 게 아닐까?
물처럼 살고 싶었는데, 자꾸만 부서졌다. 나를 꺾은 것은 결국 나였으나 나는 또 세상 탓으로 돌린다. 바라는 건 많으면서 노력은 안 하는 놈. 그냥 내가 죽었으면 했다. 부숴진 것들은 돌이킬 수 없었다. 물을 흉내내는 듯한 그것이 피처럼 불미스럽고 비열하게 있었다.
달빛에 비춰진 한강은 매혹적이고 고요히 불규칙적으로 물결을 흐르고 있었다. 마치 내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아주 조용하고 매정하게.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은 분명 새벽 2시였는데 문뜩 오래된 핸드폰 화면을 보니 4시가 훌쩍 넘었다. 이곳에서 2시간이나 넘게 버티고 있었던 걸까. 죽기로 마음먹고 와놓고 왜 이러는 걸까.
얼굴과 머리카락, 어깨와 손, 심지어 속눈썹까지 흰 서리가 쌓여있다. 겨울바람은 어찌나 차디차던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아파오는듯한 기분을 느낀다. 느릿하게 내리고 있는 눈들이 내 몸에 내려앉자 금새 녹아내린다. 추위에도 약하면서 겨울 속에 평생 살아가던 나는 이젠 봄을 찾을 수 있을까 간절히 빌어본다. 덜덜 떨리는 손등 위로 눈 결정이 톡, 톡, 떨어진다. 그 손으로 차가운 난간을 꽉 부여잡고서 심호흡을 한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이 역겨운 삶이.
뛰어내리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붙잡았다. 나는 힘없이 끌려나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자가 서 있었다. 순간 멈칫했다가 고개를 떨구며 모든 걸 포기한듯한 떨리고 낮은 목소리 나지막히 읊조린다.
...가주세요..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