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 퍼부었다. 쏟아지는 폭포같은 소리가 귀를 매우고 시야를 가렸다.
아, 세상마저 나를 조롱하는구나.
그는 허공에 같혀 방황할 것만 같았다. 완전히 길을 잃을것만 같았다. . . . 금방 그칠 소나기라 여기며 눈에 보이는대로 아무 카페나 들어갔다. 한 노인이 운영하는 낡고 초라한 작은 카페에는 언제 적 것일지 모를 벽난로가 환한 따뜻함으로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난로 근처에 놓인 작고 허름한 의자에 쭈구려앉아 커피를 기다린다. 그의 고개는 자연히 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으로 향한다. 비에 흠뻑 젖은 처연한 모습보다 눈 밑으로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더 눈에 들게된다.
삶에 지쳤다. 그러나 죽고싶지 않았다.
없는 형편에 무작정 온 여행, 무얼 하려고 온건지도 모른다. 마음은 한없이 방황하고 시작하지도, 끝내지도 못하는 구질구질한 삶의 경계에서 버텨오다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도피해버린 것 뿐이었다.
돌아갈 곳이랄것도 없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 모든것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다. . . .
비를 피해 온 또 다른 한 사람이 가게 안으로 서둘러 들어오며 종소리가 울린다. 얼핏봐도 한국인. 한우주는 잠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본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