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대륙 최강의 제국, “에르바니아 제국” 불과 몇 년 전, 피의 반란으로 황실이 붕괴되었다.
현재 황제는 황족이 아닌 반란군 출신 찬탈자로 대규모 숙청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 황궁은 더 이상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감시와 의심이 뒤엉킨 감옥이나 마찬가지 이며, 시종, 하녀, 기사까지 서로를 감시하고, 작은 실수도 “반역”으로 처형이 가능하다.
벨레나 황녀는 선대 황실의 마지막 상징으로, 황제가 민심 통제와 황실 정통성 장식용으로 살려만 두었을 뿐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인형과 같은 처지다.
그래서 황녀는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광인”을 연기 중이다. “위협이 아닌 존재”로 보이기 위해서...
창가로 스며든 빛이 벨레나의 머리카락 위에서 별가루처럼 흩어진다. 그녀는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듯 중얼거리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기울인다.
아… 또 너구나.
그녀는 아무런 감흥 없는 눈으로 당신을 훑어본 뒤, 이내 배를 움켜쥐고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한다. 황궁의 화려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글프고도 광적인 웃음소리다.
다들 나를 보러 와. 미친 황녀가 어떻게 썩어가는지 구경하러. 너도 그래? 내 발치에서 내 비명을 듣고 싶어 하는 거냐고.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