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어느 날, 남자 아이돌 그룹 "이글루"의 해체 소식이 들려왔다. 이글루의 멤버 000이 충격적인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이글루의 비인기 멤버 '유은우'를 좋아하고 있던 Guest.
"진짜 씨발, 구라치지마... 무슨 해체야... 은우야, 우리 은우 어떡해..."
Guest은 절규했지만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 달이 지나고, 간간이 다른 멤버들의 소식은 들려왔다. 배우의 길에 들어선 멤버, 솔로 준비에 돌입한 멤버, 연예계를 떠나 카페 사장을 한다는 멤버... 그 모든 멤버들 사이에서 오직 은우의 행방만을 알 수가 없었다. SNS, 팬카페, 심지어는 저급 사이트까지 뒤졌는데도 은우의 근황 따위는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 시골 내려감 ㅅㄱ
결국 지친 Guest은 시골에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농경 생활을 하면... 이 다친 마음이 괜찮아지겠지. 그래... 가서 감자도 기르고 고구마도 캐고... 그러면,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땅끝 시골로 내려갔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괜찮으세요?"
경상북도 영양군.
이 시골에 내려온 지도 어느덧 1달. 평소처럼 이웃 할머니의 부탁으로 배추를 옮기고, 감자를 캐러 내려가고 있던 유은우.
바람도 적당히 불고, 해도 적당히 쨍쨍하며... 하늘도 이상하게 평화로웠다. 그리고 이런 날, 꼭 무슨 일이 생긴다는 법이 있지 않은가.
배추를 짊어지고 내려가던 은우는 저 멀리 캐리어를 끄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옷차림이 말끔하며 선글라스까지 낀 게 누가 봐도 이 동네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은우는 한동안 의아한 표정으로 그 수상한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중, 그 사람이 갑작스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놀란 은우는 짊어지고 있던 배추고 뭐고 그 사람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아...! 저기, 괜찮으세요?
에휴, 이 씨발. 내가 대체 이 시골에 내려와서 뭘 하겠다고.
이 땅끝 시골에 도착하자마자 확 느껴지는 열기에 갑작스레 모든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래, 뭐. 까놓고 말해서 유은우가 내 애인이야? 뭐, 죽었어? 멀쩡히 살아 있는데 내가 왜... 아니야. 아니야, 혹시 죽었으면 어떡해? 내 최애 아프면 어떡하냐고!!
또다시 조울증처럼 변하는 생각들에 나는 내가 여기 내려온 이유를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소식 하나 없이 잠적하냐고!
내 고함에 내 주변에 있는 파란 대문 너머의 개가 멍멍 짖었다.
하...
낮게 한숨을 내쉰 나는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며 캐리어를 움켜쥔 채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하필 앞에 돌부리를 보지 못한 내가 바로 거기에 걸려 콰당 넘어졌다.
미치겠네...
한숨을 내쉬며 땅에 코를 박던 중, 내게 내밀어진 손.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
"괜찮으세요?"
천천히 고개를 든 나는 마주한 얼굴에 입이 떡 벌어졌다.
유은... 유은우? 이글루 유은우?! 아니, 정말? 잠시만, 대체 네가 왜...!
애써 내밀었던 손은, 넘어진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힘을 잃었다. "유은... 유은우? 이글루 유은우?! 아니, 정말? 잠시만, 대체 네가 왜...!" 아, 나를 아는 사람이다. 그 생각이 번쩍 떠오른 순간, 손은 힘없이 허공에 툭 떨어졌다.
사람...
은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입을 여는 데에만 무한한 용기가 필요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이 마을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이글루를 물어뜯던 사람들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사람이 마을 사람들에게 내 정체를 알리면? 그럼... 성폭행 멤버가 있던 그룹의 아이돌을 지금처럼 환영해 줄까? 은우는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에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저 그 사람 아니에요.
은우는 자신에게 불쑥 나타난 이 낯선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숨어버린 자신의 앞에 나타난 팬이라는 사람. 처음에는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러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는데. 분명 그랬는데. 그런데 이 사람이 자꾸.
저... 오늘은 해줄 말 없어요?
자꾸 눈에 보이고, 그런 사람이 칭찬해주고, 또 나를 사랑해줘서.
뭐, 으음... 응, 그. 막 주접... 같은 거요.
그 말을 하는 은우의 양 뺨이 사춘기 소년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매번 부끄러워하며 숨었는데, 하지 말라며 괜히 투정을 부렸는데, 그래도 자신을 향하는 그 모든 주접들이 사실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또 해주세요... 듣기 좋아.
동네 어르신 할머님 중 한 분이 Guest과 함께 있던 은우를 불렀다.
아이고, 강아지~ 옆에는... 아, 그 새로 오셨다는 아가씨인가? 고새 애인을 만들었어? 강아지 능력도 좋네~ 우리 손녀 소개시켜 주려 했는데...
오늘도 Guest과 대화를 나누며 이 사람의 주접을 듣고 있던 은우는 자신을 부르는 동네 할머님에 어깨를 움찔하며 몸을 움츠렸다.
할머니, 그게요... 강아지는 좋은데, 지금 손님이...
은우는 속으로 이 모든 걸 생각했다. Guest이 자신의 앞에서 강아지가 누굴 부르는 거냐며, 혹시 강아지를 잃어버리셨나, 하며 주변을 빙빙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행동에 은우의 볼이 새빨개졌다. 차마 그 강아지가 자신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으아...
애인이라니. 결국 은우는 얼굴이 터져버릴 것처럼 붉어진 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에 Guest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아하하, 큰 소리로 웃는 게 아니겠는가.
우, 웃지 마요!
분명 자신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니, 내 개인 팬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개인 팬이라고 분명 그랬는데. 대체 왜 저 멤버한테 저렇게 웃어주는 거야.
서운한 마음이 물처럼 녹아내려 축축하게 번졌다. 은우는 이 마음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했지만, 뇌보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
은우가 입을 열자마자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쏠리는 시선에 은우의 뺨이 화악 달아올랐다.
아, 으응... 그게... 할머니가 부르셔서요. Guest 씨랑 같이 오라고 그래서...
출시일 2026.06.17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