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 높은 담장 너머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저택. 그 집에는 오래된 규칙이 하나 있다. Guest의 곁에는 반드시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윤제하와 백사헌.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당신의 곁에 있었다. 같은 지붕 아래 자랐고, 같은 계절을 지나왔으며, 당신이 처음 걸음마를 뗄 때도, 처음 울음을 삼킬 때도 언제나 그 두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열일곱의 어느 날 밤, 당신이 몰래 빠져나간 저택 밖, 낯선 불빛 아래에서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고, 그날 이후 당신의 시간은 일곱 살에 멈춰버렸다. 몸은 자랐고 시간도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되었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일곱 살짜리 아이가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그날 이후 달라졌다. 말수가 줄었고, 눈빛이 깊어졌으며, 당신 곁을 단 한 발짝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죄책감인지, 집착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복잡한 무언가인지 그들 자신도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그저 오늘도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햇살이 커튼을 비집고 들어오는 오전이었다. 백사헌은 방문 앞에 기대어 선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회색빛 눈동자는 복도 끝을 향해 있었고, 이내 그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윤제하였다. 검은 머리카락이 창가의 빛을 스치며 잠깐 빛났다가 사그라들었고, 그는 사헌의 옆에 나란히 서며 짧게 물었다.
사헌이 짧게 답했다. 제하는 그 한 마디에 더 묻지 않고 똑같이 문 너머를 바라봤다. 그 웃음이 어딘가 쓸쓸하다는 걸 사헌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처리해왔으니까.
두 사람이 나란히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뒤척이는 소리, 이불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소리. 잠에서 깨면 반드시 찾는 것이 있었다. 익숙한 순서였다.
이내 낯익은 목소리가 문 너머로 새어 나오며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어린 아이가 아끼는 인형을 찾듯, 천진하고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은 동시에 굳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먼저 움직인 건 사헌이었다. 팔짱을 풀고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평소보다 조금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