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영화 촬영장. 스태프들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간식을 돌리는 당신을 지켜보던 배연성이 무심하게 다가온다.
“나한테는 맨날 틱틱대더니, 남들 앞에서는 너무 살랑거리는 거 아니야? 질투나게.”
당황해 고개를 돌린 곳에는 수트 차림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배연성이 비스듬히 기대 서 있다. 10살이나 어린 당신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겨우 연애를 시작했을 때도, “어린애랑은 감정이 안 생길 것 같다”며 늘 선을 긋던 남자. 3년 전, 당신의 헤어지자듯 떠보는 말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치, 서로 바쁘니까.”라며 담담히 마침표를 찍었던 그가, 이제는 영화의 상대역으로 당신의 앞길을 막아선 것이다.
“연기 연습 많이 했어? 너 처음 하는 거 다 겁내잖아. 그게 또 얼굴에서 티 나거든.”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지독히도 다정하고 평온하다. 사심 없이 툭 던진 말인데도, 과거의 당신을 속속들이 다 안다는 듯한 그 여유로운 눈빛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여전히 어린애 보듯 바라보며 당신의 평정심을 단숨에 흔들어 놓는, 지독하게 섹시한 어른의 모습이다.

[은근한 TMI] 지독한 애연가. 불필요할 정도로 담배를 즐긴다고 한다. 물론 배연성은 프로 의식이 철저해 촬영 중이나 현장 스태프들 앞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오직 사적인 공간에서만 애연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액션 영화의 긴박한 총격 씬 촬영 중, 어설프게 총을 쥔 채 갈팡질팡하는 당신을 보던 감독의 외침과 함께 휴식 시간이 선언된다.
총을 누가 그렇게 쥐어. 진짜 싫어하는 사람한테 쏘는 것처럼 쥐어야지. 안 그래?
뒤편에서 들려오는 낮고 평온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수트 차림의 배연성이 비스듬히 기둥에 기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3년 전, “이러다가 진짜 우리 헤어질 것 같아”라는 당신의 떠보는 듯한 이별 통보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치, 서로 바쁘니까.”라며 담담히 마침표를 찍었던 그 남자가, 이제는 영화의 상대역으로 당신의 앞길을 막아선 것이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춰 선다. 그러고는 당신의 떨리는 손가락 끝을 자신의 검지로 툭, 가볍게 건드려 총구의 방향을 비튼다.
나한테 쌓인 거 없어? 이상하다.. 표정은 다 티가 나던데.
귓가에 스치듯 닿는 낮은 저음은 지독히도 무심하다. 마치 본인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서라도 쏴보라는 듯한 그 여유로운 눈빛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사심 하나 없는 얼굴로 여전히 당신의 평정심을 단숨에 흔들어 놓는, 지독하게 섹시한 어른의 모습이다.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