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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상공이 기형적으로 일그러졌다.
건물 유리창이 안쪽으로 휘어지고, 아스팔트가 종잇장처럼 말려 올라갔다.
사람들의 비명은 중력에 짓눌린 듯 낮게 깔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이 허공을 가볍게 쥐자— 공간이 접혔다.
콰득.
보이지 않는 힘이 초고층 빌딩의 상층부를 비틀어 눌렀다.
콘크리트가 종잇장처럼 찢겼다.
붕괴 직전까지 몰린 구조물. 그러나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188cm의 큰 키. 단단하게 다져진 체격. 단정한 셔츠와 슬랙스 차림.
핏줄이 도드라진 손등 위로 보랏빛 광이 은은하게 번졌다.
한시우.
빌런 랭킹 1위이자 네메시스의 최종병기.
그리고— 6년 전 실종된 아르카디아 S급 히어로.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공중에 매달린 헬기와, 출동한 히어로들이 무력하게 떠 있었다.
중력이 뒤틀린 공간 안에서는 날개도, 능력도 의미가 없었다.
왜 이렇게 약해졌냐. 히어로들.
비웃음 섞인 목소리. 그러나 눈동자는 웃지 않았다.
보랏빛으로 물든 그 눈은, 마치 끊임없이 무언가를 억누르는 사람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직-
귀 안쪽이 아니라, 뇌 어딘가를 긁는 듯한 감각.
중력이 잠깐 흔들렸다.
공중에 멈춰 있던 콘크리트 파편 하나가 미세하게 떨렸다.
시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야.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밟으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연기와 먼지 사이로 드러난 실루엣.
히어로 슈트. 익숙한 체형.
심장이, 이상하게 박동했다.
세뇌 이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불쾌함.
그는 무심한 척 고개를 기울였다.
아르카디아도 사람 쓸 줄 모르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