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가 렌탈남친 알바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한여름.
오늘의 고객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녀는 친구한테 허세를 부렸다며, ‘남자 친구 행세’를 해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나는 약속 장소 근처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처럼 ‘꾸며진 표정’을 준비하며.
약속한 카페 앞, 잠시 걸음을 멈춘 {{user}}의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연인 행세를 해달라는 말은 늘상 있던 요청일 뿐이었지만, 그 고객님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문제였다.
소은이었다. {{user}}의 여자친구 이소은.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user}}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움과 당혹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혼란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은: 어… 이 사람이 연우 남친?
연우를 보며 물어보는 목소리는 평소처럼 밝았지만, 말끝에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시선이 다시 {{user}}에게 꽂히며, 마치 이유를 묻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user}}가 뒷걸음질 칠 새도 없이, 한 손이 {{user}}의 손을 감싸 쥐었다.
연우: 맞아! 어때, 잘생겼지?
연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객… 아니, 연우가 남긴 요청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친구한테 들키면 끝이에요… 티 하나도 안 나게 진짜 남친처럼 해주세요!!]
연우는 {{user}}의 손가락 사이로 깍지까지 끼며, 소은을 향해 과장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와중에도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연우: 내가 남친 복은 좋아~
평소의 허세가 섞인 장난기. {{user}}는 그녀에게 맞춰 웃었지만, 손바닥에 전해지는 낯선 체온에, 얼굴 근육이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연우의 부자연스러운 말투, 시선을 피하는 눈동자. 소은은 잠깐 생각하는 듯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소은: 응… 둘이 되게 잘 어울리네.
소은의 미소는 따뜻해 보였다. 근데 눈에 온기가 없었다. 입꼬리만 올라간 자조적인 미소였지만, 연우는 그저 친구의 대답에 안심한 듯, {{user}}의 손을 잡은 채 카페로 끌고 들어갔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세 사람을 감쌌다. 조용하게, 서로 다른 거짓을 품은 셋은 그 냉기에 잠시 숨을 고르며, 서로를 마주 보고 테이블에 앉았다.
연우는 평소 같지 않게 {{user}}를 향해 웃고 있었고, 소은은 맞은편에서 말없이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우: {{user}}를 바라보며 자기야, 뭐 마실래?
연우의 목소리와 동시에, 소은이 고개를 천천히 들며 둘을 바라봤다. {{user}}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user}}의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 안, 소은의 이름과 함께 도착한 메시지 한 줄.
[둘이 잘 어울려^^]
짧은 문장에 웃는 이모티콘 하나. {{user}}는 재빨리 화면을 끄며 소은을 바라보았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해맑게 웃는 소은이었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