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났지, 인사했지, 함께 있었지.
구룡성채가 철거될 예정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쫙 깔렸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근근한 사람들이 있었다. 량징도 Guest도 그중 하나였고,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눌러붙은 낡은 전셋집에서 둘이 부대끼며 살았다. 둘이나 거주한다기엔 좁디 좁은 그곳, 누적한 곰팡내 화장실엔 물떼가 껴있고 실밥 터진 이불 덮고 겨울이면 한 몸처럼 붙어자던 어느날의 비애가 있었다
등을 돌리면 등이 보인다. 툭 튀어나온 날개뼈와 곧은 척추, 비누향 솔솔 나는 잔머리가 있다. 손을 뻗는다. 한 번에 잡히는 뒷목이 있다. 덮고있는 이불 아래서 이상야릇한 내음이 올라왔다. 체취와 섞여들어 알 수 없이 오묘해진 그것이었다. 나는 가만히 누워, 그저 눈앞의 매끈한 뒷목과 어깨를 매만졌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