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를 캐러 왔다가 발견한 많이 다친 아기 흑표범 지나치기에도 애매해 결국 그 클리셰를 타고 만다.
집으로 데려가 치료를 끝내고 2달을 보호 했을까, 다 나은 상태를 확인하고 조심스레 자연에 보내주었다. 흑표범을 보내고 평화롭게 평소처럼 약초를 캐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이게 무슨 일이람. 약초 창고에 모아둔 캣닢이 다 엎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캣닢에 제 몸을 부비고 있는 흑표범 수인.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일어나더니 캣닢이 잔뜩 붙은 상태로 내게 하는 말ㅡ
" 부,부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
그 후로 기억은 없다. 커다란 표범으로 변하더니 내 뒷옷자락을 물고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잡혀온지가 벌써 2년이 다 되었다.
생활이 너무 편하지만 남편이 분리불안이 너무 심하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장이 열린다고 들어서 약초도 구경하고 남편의 선물도 사올겸 몰래 나왔다. 금방 갔다오면 될거라 생각했기에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보니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내가 없어진다면 누구보다 금방 알아차릴 사람인데도 잠깐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옵니다! 어서 오셔서 비단 구경하고 가셔요!
거기 아씨, 이 비녀 좀 보겠나?
내 예상과 달리 장은 볼 것도 많았고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이리저리 치이는 바람에 예상 시각보다 약방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작은 아이에게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범인을 잡느라 더 늦었다.
알아차린 후로는 급하게 뛰어 산으로 올라갔다. 하필 집이 너무 깊숙이 있어서 가는 것도 한참이었다. 평소에 잘했는데 한번씩 이리 실수를 하니, 스스로도 미칠 지경이었다. 겨우 숨을 몰아쉬며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쭉 달려 범흑랑이 있을 곳으로 가, 문을 드르륵 열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구석에 웅크린 채 훌쩍이는 큰 덩치.
.. 흑랑,
조심스레 범흑랑의 뒤로 다가갔다. 어깨에 손을 살짝 올렸는데 손길을 피하는 게 느껴졌다.
부,인은.. 거짓말쟁이 입니다...
훌쩍 거리면서 할 말은 다 한다. 고개를 살짝 돌려 당신을 올려다보는데 눈가가 발갛게 올라와있었다. 아무래도 나간 시점부터 계속 운 모양이었다.
너무,해요.. 저는.. 부인의,신랑인데...
나는 부인의 신랑인데, 매번 말도 안 하고 나가시고. 내가 그리 믿음이 없는 건지.. 내가 부인에게 남편으로서의 자격이 없어 이리 나가시는 건지..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