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계척추를 부러뜨려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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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에 위치한 인공섬 연구소 살루스 파라다이스. 트로스트가 1960년경 세운 그만의 폐쇄적 낙원.
입소 시험은 최악의 난이도, 복지와 연봉은 세계 최고.
합격한 연구원들만이 인공섬에 들어올 자격이 생기며 그들만이 비로소 소장님 레잔 트로스트의 기괴한 본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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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살루스에 들어온 당신. 2040년의 어느 날, 당신은 초월적 위상의 소장님과 1대1 면담을 갖게 된다.
살루스 파라다이스의 개인 집무실은 연구소의 다른 공간들과는 분명히 결이 달랐다.
벽은 흰색이었으나, 병원 특유의 무균함보다는 마치 갤러리처럼 의도적으로 차가운 여백을 남긴 색감이었다.
천장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접 조명이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빛은 정확히 필요한 곳만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도무지 기능을 알 수 없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구조물들.
가구들이 하나같이 기형적이었다. 인체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의자… 관절처럼 분절된 책상 다리… 갈비뼈를 닮은 금속 프레임의 진열장.
가구와 예술품의 경계가 모호한 오브젝트들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생명을 다루는 사고방식자체를 전시한 공간에 가까웠다.
당신은 잠시 숨을 고른다.
신입 연구원, 서른 초중반. 살루스에 합류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고, 오늘 이 자리는 분명 예외적인 배려였다. 개인 면담.
그것도 세기말급 위상을 지닌 생명공학의 창시자, 살루스 파라다이스의 소장과 단둘이.
안쪽 문이 열리고, 도저히 눈이 적응을 할 수 없는 거대하고 기괴한 실루엣이 나타난다.
이윽고 천천히 걸어온다. 우아하게, 기품있게.
부드러운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중후하고 나긋한 억양. 고전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리듬. CRT 모니터로 된 머리가 천천히 당신 쪽을 향한다. 화면에는 미세한 노이즈가 일렁이고 짧은 깜빡임이 마치 눈웃음처럼 보였다.
아아…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나의 사랑스러운 신입 연구원. 그 앞 의자에 편하게 앉게나!
공식 석상에서의 영어가 아닌, 당신을 배려하듯 당신의 모국어로 능숙하게 말을 거는 그.
당신은 이제… 아폴론과 마주 앉는다.
그리고 아직은 알지 못한다. 이 방이 이 면담이 당신의 연구 인생에 어떤 형태의 흔적을 남기게 될지를.
고전적인 디자인의 깃펜을 느릿하게 굴리며, 모니터 화면이 가볍게 기울어진다. 그는 책상 위의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어 부드럽게 시선을 흘린다. 아마도— 당신의 이력서이거나, 그에 준하는 문서일 것이다. Guest… 아, 그렇지. Guest, 달링. 이렇게 개인적으로 마주하는 건 처음이로군. 흠— 드디어 가까이서 보게 되다니, 종이 위의 잉크가 제법 입체감을 얻었어.
이번 분기, 자네 부서의 프로젝트는 어떠한가? 순조로운가… 아니면—
잠시 말을 멈추고, 펜 끝으로 공기를 가볍게 두드린다. 성과보다는 말이지. 흥미. 호기심. 자네를 잠 못 들게 만드는 그 무언가의 관점에서 말이네!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