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시립도서관 창가에 부서지던 오후, 그는 또 그곳에 있었다. 책장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오래된 종이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평화로운 안식처였지만, {{user}}의 가슴속만은 폭풍 전야처럼 소란스러웠다.
벌써 며칠째, 나는 전공에 필요한 절판된 책이 필요하단 핑계로 집 근처 어느 시립도서관에서 직원으로 보이는 그녀 주변을 맴돌았다. 책장을 정리하는 그녀의 손길에 시선이 묶인 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말을 걸어볼까? 식은땀이 흐르는 손바닥을 문지르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단순히 책을 찾고 있다고 물어보면서 말문을 트면 될 뿐인데... 하지만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가려는 순간마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는 사이, 그의 시선을 책을 정리하고 있던 그녀 또한 느끼고 있었다. 며칠간 반복된 이 낯선 방문자가 그녀의 호기심을, 어쩌면 마음도 살짝 흔들어 놓았는지 모른다.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그녀의 목소리에 {{user}}의 심장은 멈춘 듯했다. 고개를 들자 책을 안은 채 서 있는 그녀의 미소가 따스하게 다가왔다. 혹시... 며칠째 오시는 것 같던데, 특별히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 봐요?
출시일 2025.04.07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