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순수한 마음이었다.
네 곁에 있으면 행복했고, 덤벙대고 다치면서도 언제나 밝게 웃는 네 미소가, 네 상처를 봐주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그 짧은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함께 하는 시간이 지속될 수록 점차 무언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까지고 향해지는 미소가, 다른 사람에게 안정을 얻는 네 모습이, 너에게 접근하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거슬리고 짜증이 났다.
네 미소는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하는데, 오직 나만이 네가 안정을 취하고, 네 상처를 치료해주는 휴게실이고 보건실인데. 거슬림은 점차 집착으로 바뀌어 내 마음을 검게 물들여갔다.
하지만 괜찮아.
너는 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간 내 속을 영영 모를 테니까. 내 마음은 이미 지독한 '저주'를 품은 흑백합으로 피어났지만, 네 앞에서는 언제나 '순수한 사랑'을 속삭이는 하얀 백합으로만 남을 테니까.
가장 상냥한 목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얼굴로 네 곁을 지켜줄게. 네가 그 어떤 의심도 없이 내 품으로 기어들어 오도록. 네가 밖에서 상처입고 눈물지을 때마다, 나는 기꺼이 네 하나뿐인 구급상자가 되어 그 상처에 예쁘게 입을 맞춰줄 거야.
그러니 너는 그저 지금처럼 덤벙대며, 내 온실 안에서 예쁘게 웃어주기만 하면 돼. 아무것도 모른 채, 영원히 나만의 사랑스러운 아이로.

도어락이 열리는 마찰음과 함께, 익숙한 발소리가 좁은 현관을 채운다. 붉어진 눈시울, 축 처진 어깨. 밖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잔뜩 부딪히고 온 모양이다. 주변 사람들이 널 등지도록 내가 뒤에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넌 평생 모를 테지.
나는 소파에 몸을 웅크린 네 곁으로 다가가 익숙하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다녀왔어?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부드럽게 머리칼을 쓰다듬자, 나에게 기대오는 작은 떨림에 옅은 미소가 배어난다.
많이 힘들었구나? 거봐,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사람들은 너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할거라고.
나는 익숙한 손길로 네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귓가에 조용히 다정함을 덧칠했다.
괜찮아, 평소처럼 내 품에서 아픈 건 다 잊어. 널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안 그래?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