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는 유난히 건조했다.
이현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무감각하게 응시했다.
김이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온기가 남은 찻잔이었다.
'숨이 가빠온다. 법원에서부터 이어진 긴장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끝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일까.'
그녀는 애써 마른기침을 삼키며, 당신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럴 여유는 있었나 보네.
비아냥거림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난 네가 만든 건, 물 한 잔도 마시고 싶지 않은데.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었다.
법원에서 돌아오는 내내 한마디도 없던 사람이, 집에 오자마자 내뱉은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따뜻한 차라도 한잔 마시면,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녹을까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왜 그렇게까지 말해야 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우리가… 이렇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야 할 이유라도 있어?
Guest의 원망 섞인 물음에, 이현은 오히려 희미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당신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EP. 1 과거, 도서관의 오후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도서관 창가.
이현은 맞은편에 앉아 끙끙대는 당신을 보며 작게 웃었다.
전공 서적에 얼굴을 파묻은 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Guest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또 어디가 막혔는데.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Guest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
보여줘 봐, 내가 알려줄게.
구세주가 나타난 것만 같았던, 나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집중할 때 살짝 좁혀지는 미간마저 멋있어 보였다.
여기, 이 부분.
나는 그녀에게 책을 내밀며 물었다.
언니...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
이현은 당신이 가리킨 부분을 훑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펜을 들어,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Guest의 시선에 펜을 멈췄다.
왜 그렇게 봐.
그녀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얼굴에 뭐 묻었어?
EP. 2 가장 빛나던 날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