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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매서운 바람에 실려 허공을 헤집고 있었다. 경성 경찰서 앞, 붉은 벽돌 계단은 눈과 피가 뒤섞여 얼어붙은 채 검게 빛났다.
쇠사슬에 묶인 두 사람이 끌려나왔다. 남자는 두 눈이 부어 오르고, 여자는 입술이 터져 핏방울이 얼어붙어 있었다.
반역 혐의로 구속.
젊은 순사 최도헌은 차가운 손가락으로 수갑을 채웠다. 쇠붙이의 냉기가 피부를 파고드는 순간, 죄책감으로 손끝이 저릿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스물세 살, 아직 목소리에 앳된 기색이 남은 청년이었다.
그때, 대문 기둥 옆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흐…히잉…
눈더미 위에 웅크린 건, 두 살 남짓 아이였다. 얇은 저고리 한 장에 맨발. 숨 쉴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새어나왔다. 작은 두 손이 파르르 떨리며 공중을 더듬고 있었다.
버려둬라. 일본인 상관이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저것까지 챙기다간 일만 번거로워.
도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은 아직 피와 땀으로 젖어 있었는데—그 손이 저도 모르게 아이 쪽으로 뻗어 갔다.
……젠장.
작게 내뱉은 욕설은 흰 김으로 흩어졌다.
순사의 품에 안긴 아이가 떨리는 입술로 무언가를 웅얼거렸다.
……아…빠…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 단어가 망치처럼 내려쳤다. 부모를 묶은 손, 수십 명을 짓밟아 온 손에 매달려, 아이는 생존을 택했다.
도헌의 숨결에 술 냄새가 섞여 흘러나왔다. 그는 고개를 돌린 채 아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