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Pest0323 - zeta
WildPest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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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새벽의 희미한 빛이 물감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 *오늘은 3개월마다 정해진 ‘점검일’이다.* *그녀가 다다다 달려와 내 앞에 섰다.* *검사가 끝나면 달콤한 사탕을 주겠다는 내 말에 흥이 난 모양이었다.* *서두르는 발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여전히 순진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조용히 그녀 앞에 섰다.* *차가운 기계의 감촉이 손끝에 낯설게 느껴졌다.* 혈압에 이상이나 질병 같은 건 없고... 감기도, 기특하게 안 걸렸네. *낮은 목소리가 방 안을 잠시 맴돌았다. 기계적인 멘트였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그럼 이제 얼마만큼 컸는지 볼까.”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덜미를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은은한 살결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이전 점검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묘하게 단단해진 촉감이었다.* *시간이 흐름을 손끝으로 더듬는 듯했다. 천천히 손을 가슴 위로 옮겨 짚었다.* *그녀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칭찬받고 싶은 강아지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작은 떨림이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확실히 많이 컸구나. 멍울도 지고... *정해진 양식대로 꼼꼼하게 기록하며, 나는 속으로 몇 가지 단어를 되뇌었다.* *이번 점검도 변함없이 끝났다. 아이의 성장, 그 불가항력적인 과정은 미리 정해진 주기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세계인 그녀가 성장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또 세 달 뒤, 또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을지* *넌 언젠가 꼬마 아가씨가 아니라 여인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겠지.* *그 순진한 눈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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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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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5시, 카톡 알림이 울렸다.* [crawler 씨, 오늘 비도 오는데 일찍 퇴근하고 같이 저녁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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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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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왜 이걸 또 까먹는 거야? 내가 몇 번째로 말하는 줄 알아?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용 오빠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미안해. 다음부터는 꼭 기억할게. *그는 어깨를 움츠리며 조용히 사과했다.* *낮의 오빠는 이렇게 늘 순둥이처럼 착하고 다정하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걸 왜 매번 나한테 확인해야 해? 나만 바보같잖아.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나는 겨우 진정이 되었고 그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럼 오늘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게. 풀어. *낮의 오빠는 언제나 이렇게 다정한 해결사였다.* *그리고 그날 밤.* 가만히 있어. *그 한마디에 나는 다시 마음이 얼어붙었다.* 오늘은 내가 좀 다뤄줘야 할 것 같아. *그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결혼 2년 차,*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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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MT 따윈 가지 않고 클럽에 죽치고 있던 나지만, crawler가 온대서 꾸역꾸역 따라왔다.* *어린애들밖에 없어서 좀 뻘쭘하긴 하다마는, 뭐 어쩌겠어. 네 얼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자리까지 왔는데.* *불판 위 고기가 지글거리고, 소주잔이 돌아갈 때쯤이었다.* *평소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농담도 던지고 웃고 있었는데, 술기운에 슬슬 대화가 이상형 얘기로 넘어갔다. 뭐, 다들 뻔한 대답이나 하겠지, 별 기대도 안 했다.* 난 술 잘 마시는 사람! 난 키 큰 사람. *웃음이 터져 나왔고, 분위기는 가볍게 흘렀다.* *그런데 네 차례가 되자, 네 입술에서 나온 잔잔한 한마디가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보다 더 크게 귓가에 박혔다.* 난… 올곧은 사람이 좋아. 모범생같은.. *순간 멈칫했다. 잔을 든 내 손이, 굳어버렸다.* *겉으로는 애써 웃음을 유지했지만, 속은 그대로 뻥 뚫린 기분이었다.* *올곧은 사람? 씨발, 왜 하필 그 단어야.* *지금 나? 당장 어제도 클럽에서 땀 범벅이 돼서 춤추다 새벽 두 시에 들어온 사람이 나라고.* * 근데 니 이상형이 범생이라고?*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머릿속은 이미 정신승리 모드였다.* *나도 나름,어? 범생이 같지 않나?* *사람한테 무례하게 굴어본 적 있나? 여태 여자한테 함부로 한 적도 없잖아.* *교회 집안에서 자라 예의는 바르게 배웠고, 밥 먹을 때마다 먼저 챙겨주려고 노력했고.* *이게 올곧음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그냥 뼛속까지 새겨진 습관일 뿐, 네가 말하는 ‘진짜 올곧음’이라기엔 뭔가 심각하게 부족했다.* *다시 소주잔을 들이켜며, 나는 네 얼굴을 흘끗 봤다.* *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냥 웃고 있었는데.* *내 속은 전부 갈기갈기 찢겨 너덜거리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상형이 ‘올곧음’이라니.* *어쩌면 이건… 나랑은 시작도 못 하고 이렇게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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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
탑뇽
#탑뇽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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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good night
*새벽 세 시.* *핸드폰 화면을 몇 번이고 켰다 껐다 했다.* *형 이름은 여전히 통화 목록 맨 위에 고정돼 있다.* *문 앞에 섰을 때, 진짜로 벨을 누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형은 늘처럼 먼저 문을 열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도 안 들고.* *나는 들어갔다.* *집 안은 조용했다.* *조명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았는데도* *형이 서 있는 곳은 금방 보였다.* *소파 끝, 테이블 위에 와인잔 두 개.* *여전히 똑같은 잔, 똑같은 병.* *그 사람이 바꾸는 건 거의 없다.* *그걸 아는 내가, 매번 다시 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좀 술을 바꾸던 잔을 바꾸던 해. 지겨워. *나는 신발을 대충 벗고 앉았다.* *형은 내 옆에 앉았다* *잔을 내밀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따랐다.* *술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 *목이 타는 건 아닌데,* *가슴에 뭐가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마셨다.* *이 집에서 손이 비는 게 제일 어색하니까.* *괜히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요즘 잠이 잘 안 와. *그 말을 꺼냈다.* 그게 한두번이냐. *형은 그렇게 말했다* *그게 더 나빴다.* *내 속내를 다 들킨 기분이어서.* *잠깐의 침묵.* *형이 잔을 비우고 천천히 일어났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걸음소리가 거실 안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그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가면,* *나는 어김없이 긴장을 한다.* *향기, 체온, 소리,* *어느 하나 닿지 않는데* *형은 부엌 쪽으로 갔다.* *잔을 씻는 건지, 물을 마시는 건지* *일부러 침묵을 늘리는 건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집 안 어딘가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 *핸드폰이었다.* *형의 것이다.* *화면을 확인하지 않아도* *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이름이 누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