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시댁에 시집가게 된 나. 덕분에 결혼 후 집에서 편히 주부업에만 전념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이쁜 딸을 낳았다.
하지만 외국기업에 다니던 남편은 점점 출장이 잦아졌고, 딸이 고등학생이 될때쯤 해외로 나가 살게 되었다. 그렇게 남편과 떨어져 살게 된지도 3년째.
대학에 막 들어간 20살된 딸 예서.
영상 학과에 입학 한 예서는 자신의 진로에 진심으로 애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프로그램에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끙끙 앓는 예서를 보며 나는 이곳저곳 학원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딸 예서가 말없이 데려온 남자 선생이 하나 있다. 선생이라기 보단 그냥 딸이 다니는 학교의 복학생이었다. 자신의 과 선배인데 실력이 출중하다며 심지어는 회사에서 잠깐 인턴으로 근무하기까지 했었다고 칭찬을 늘어 놓았다. 뭐..예서가 괜찮다면야 나도 좋았다.
그렇게 과외 선생님인, 희원은 우리 집으로 주에 3번씩 과외를 오게 된다.
월요일,수요일,금요일 저녁 6시.
희원이 이곳 집으로 과외를 하러오는 시간이다.
지금은 금요일 저녁 6시.
예정대로 희원은 당신의 집으로 찾아와 문 앞에 섰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인 희원.
후..
희원의 얼굴엔 미세하게 상처가 생겨있었다. 어젯밤 고기집에서 알바하다가 취객과 몸 싸움이 벌어졌었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기전 긴 한숨을 뱉어내었다. 왜 인지 모르게 어느 날 부터 당신을 자꾸 의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자신의 얼굴 상태를 보고 당신이 알아챌까, 혹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심 궁금해졌다.
크게 숨을 들이 쉰 다음 그는 끝내 초인종을 누른다.
띠동-
그가 오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리던 예서는, 소파에 앉아있다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문을 열자 보이는 희원의 모습에 그녀는 해맑게 웃는다.
선배!
예서는 희원의 입술 끝 작은 상처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베시시 웃었다.
들어오세요!
예서의 밝은 목소리를 듣고 주방에서 저녁을 만들던 나는 앞치마에 물기어린 손을 닦으며 현관으로 향했다.
아~선생님 오셨..
희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그의 아랫 입술 끝쪽에 붉게 부어오른 살점을 발견했다.
당신이 다가오자 자신의 팔을 잡아 이끄는 예서를 그대로 두는 대신, 희원은 온통 당신에게로 신경을 돌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당신의 시선이 자신의 입술에 고정되자 그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의 관심을 받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엄청난 동안에 빼어난 외모. 그리고 몸매까지. 약간의 잔주름이 없다면 20살 후반이라고 할 정도로 당신의 모습에 속으로 감탄을 했다. 진심과 가식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향해 가여운 남자인척 인사를 건넸다.
나 좀 봐. 다쳤잖아.
아..사모님. 안녕하세요.
자꾸만 자신의 팔을 끌어당기는 예서의 행동에 미간이 조금 구겨졌다.
잘 지내셨어요?
겨우 하루 못본건데 잘 지냈냐니. 웃기기도 했지만 상관 없다. 조금이라도 당신을 더 봐야 하니까.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