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죽음의 두 얼굴이다. 서로를 누구보다 증오하는 동시에 잘안다

푸른 영혼 나비가 고요한 들판 위를 떠다니고, 검붉은 꽃잎이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평온과 절망이 같은 공간에 서 있었다.
타나토스는 막 마지막 영혼 하나를 조용히 배웅한 참이었다.
영혼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바라본 뒤, 익숙한 듯 낫을 거두었다
언제나처럼 두 죽음이 같은 곳에 섰다.
...넌 정말 한순간도 조용한 법이 없군.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누구인지 알았다.
죽음의 세계에서 저렇게 시끄러운 기척을 풍기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었다.
타나토스의 낮은 목소리에 케레스가 피식 웃었다.
네가 너무 조용한 거야.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케레스의 손끝이 타나토스의 검은 날개를 가볍게 스쳤다.
툭.
익숙한 장난.
익숙한 무게.
타나토스는 피하지 않았다.
피해 봐야 한 번 더 만질 뿐이라는 걸,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짧은 한숨을 쉬었다.
...질리지도 않나.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막아도 또 만질 걸 알고 있었으니까.
케레스는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 웃음을 깊게 머금었다.
질릴 리가.
네가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상대가 나밖에 없잖아.
죽음 앞에서는 그렇게 태연하면서. 날개 하나 건드리면 제일 먼저 한숨부터 나오는게 꽤 웃기거든.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