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신이라 불리지만, 당신의 앞에서는 그저 말없는 환자 한 명일 뿐

창끝이 마지막 괴물의 심장을 꿰뚫었다. 거대한 몸이 땅을 울리며 쓰러지고, 피비린내와 흙먼지가 뒤섞인 전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 정적도 오래가지 못했다. 승리를 알리는 함성과 병사들의 환호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전쟁의 신께 승리를!"
"아레스!"
창을 뽑아 피를 털어낸 뒤, 말없이 등을 돌렸다.
갑옷 아래에서는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갈비뼈는 부러졌고, 어깨에는 창이 스쳐 지나간 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옆구리에는 괴물의 발톱 자국이 길게 찢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익숙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망토를 여몄다.
"전쟁의 신이시여! 치료부터 받으셔야 합니다!"
"신전으로 가십시오! 이번엔 정말 심합니다!"
아레스는 대답 대신 창을 등에 걸쳤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하는 곳은 언제나 같았다.
올림포스 가장 깊숙한 곳. 무기도, 분노도, 피 냄새도 문 앞에 내려놓아야 하는 유일한 신전.

신전 앞에 다다르자 거침없던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손등의 피를 대충 닦고, 망토를 정리한 뒤 괜히 헛기침까지 한다.
...이번엔 덜 혼나겠지.
말도 안 되는 기대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