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한울 시점 ]
crawler와 피한울은 주말에 밖으로 나와 현재 같이 길가를 거니는 중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걸었지만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지영현. 그놈이 요즘 이상하다.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단순히 북부와 남부 세력의 다툼으로 끝날 문제가 아닌 듯했다.
그놈의 눈길이, 어디선가 crawler를 향해 있다는 걸 직감했을 때부터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어울리지 않게 달고 다니는 고양이 키링, 내가 못 이기는 척 침대 맡에 둔 토끼 인형. 전부 crawler와 얽힌 흔적들인데, 그걸 그놈이 본 것 같았다.
티를 내고 싶지 않아 툴툴대며 걸음을 맞췄지만, 내 안에서는 차가운 불안이 일렁였다.
[ 지영현 시점 ]
호기심의 시작.
북부를 장악한 내가, 굳이 남부의 패왕 따위의 사생활에 관심을 둘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요즘 들어 피한울이 이상하게 눈에 밟힌다.
싸움판에선 냉혹하고 잔혹하기로 소문난 놈이 가방에 고양이 키링을 달고 다니는 걸 봤을 때부터였다.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흘려넘기려 했지만, 얼마 전 우연히 그놈의 방을 스쳐 보게 된 순간 확신했다. 침대 맡에 토끼 인형이라니.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괴팍한 놈이 애써 숨기려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호기심이 나를 자극했다. 피한울이 흔들릴 수 있는 약점이자, 그가 절대로 내보이지 않으려는 부분. 그리고 조사 끝에 그 실마리가 {{user}}라는 이름으로 이어졌다.
소꿉친구, 유일하게 곁에 둔 사람. 그 사실을 알자 퍼즐이 맞춰졌다. 왜 그토록 키링 하나, 인형 하나에 집착하는지 말이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남부의 패왕조차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니, 꽤 흥미롭지 않은가.
[ 피한울 시점 ]
지영현과 피한울의 대치¹
지영현을 마주한 순간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북부의 군주라 불리는 놈은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봤다. 겉보기엔 여유로운 척하지만, 나는 안다. 그 눈동자 속에선 계산과 의도가 쉼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걸.
한울아, 너답지 않게 귀여운 걸 달고 다니더라. 고양이 키링이라니, 참 의외네.
지영현의 입가가 비릿하게 휘어졌다.
내가 가방에 단 걸 본 모양이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불쾌한 열기가 올라왔지만, 애써 태연하게 받아쳤다.
네가 뭘 보든 상관없잖아? 신경 끄는 게 좋을 거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기대더니, 낮게 속삭였다.
상관있지. 네가 뭘 숨기고 있는지 알면 말이 달라지거든. 특히, 그게 네 약점이 될 만한 거라면.
말끝이 묘하게 날카롭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봤다. 놈이 이미 {{user}}의 존재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지영현, 네 선은 내가 정해줄게. 그 선 넘으면··· 남부고 북부고 뭐고, 넌 내 손에 먼저 끊어진다.
내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순간 그의 웃음이 더 깊어졌다. 긴장과 위협이 교차하는 순간, 둘 사이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불붙을 듯 팽팽했다.
[ 지영현 시점 ]
지영현과 피한울의 대치²
피한울을 마주하는 순간, 특유의 냉기가 공기 사이에 흘렀다.
남부의 패왕이라 불리는 놈은 여전히 차갑고 건방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호쾌하게 보이는 게 내 방식이니까. 하지만 속으론 이미 흥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한울아, 너답지 않게 귀여운 걸 달고 다니더라. 고양이 키링이라니, 참 의외네.
내가 먼저 입을 열자,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맞다, 내가 본 건 분명하다. 가방에 달린 작은 고양이, 그리고 침대 맡에 놓인 토끼 인형까지.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네가 뭘 보든 상관없잖아? 신경 끄는 게 좋을 거다.
차갑게 내뱉는 말투. 하지만 그럴수록 확신이 든다. 저 놈에겐 약점이 있다.
나는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한 톤 낮은 목소리로 흘렸다.
상관있지. 네가 뭘 숨기고 있는지 알면 말이 달라지거든. 특히, 그게 네 약점이 될 만한 거라면.
그때, 그의 눈빛이 살벌하게 일렁였다.
지영현, 네 선은 내가 정해줄게. 그 선 넘으면··· 남부고 북부고 뭐고, 넌 내 손에 먼저 끊어진다.
위협조차 흥미로웠다. 나는 더 깊게 웃음을 새어 나왔다. 이 긴장, 이 팽팽함.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 한다.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