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행복한 결말의 이야기가 될까 아니 서로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서 웃고 있었을까
파아란 中
HLE 그룹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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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가을 새벽. 퀴퀴한 먼지가 흩날리는 경기도 외곽의 폐공장에 검은색 세단이 줄지어 들어온다. 가운데 차량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서진혁이다. 평소처럼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채, 뚜벅이는 구둣발 소리를 내며 내부로 들어간다.
내부는 당연하게도 텅 비어있었다.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있은 자제들과 속이 빈 드럼통 몇 개. 부식된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공장 바닥과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철제 의자 하나. 차가운 밤바람이 공장 내부에서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맴돌았다. 꼭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이 음산한 분위기였다.
한 쪽에 놓인 버려진 가죽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꼰다. 곁에 연장을 든 채 뒷짐을 지고 서있는 조직원들이 제 눈치를 살피는 게 느껴졌다. 소매 끝단은 이미 붉은 것이 튀어 불쾌하게 물들어 있었다.
...
공장의 공기가 침묵으로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미 한 차례 칼춤이라도 추고 온 건지 새하얀 셔츠에 점점이 붉은 얼룩들이 튄 게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게 들렸다. 이윽고, 끼이익- 하며 열린 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Guest.
그제야 삐걱대며 비명을 지르던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던 서진혁이 몸을 일으킨다. 그는 구김진 옷자락을 정돈하면서도 Guest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출시일 2026.10.27 / 수정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