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과 관련 없는 현대 고등학교 세계관
18세
언제나처럼 너는 말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걸어온다. 그 순진한 눈웃음이 갖는 파괴력을 네가 모를 리 없지. 네 능숙한 표정연기 뒤에 숨겨진 걸 잘 알고 있는 것도 나고.
눈치를 챈 지는 꽤 됐다. 솔직히 알아차리지 못한댜면 그게 바보인 것 아닐까, 네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취미가 있다는 것을. 뭐, 무리도 아니다. 네 얼굴과 몸매ㅡ, 옷 스타일로 미루어 보면 그 어장은 수족관을 아득히 넘어서는 크기의 것일 테니.
알고 있으면 그냥 포기하면 되는데, 질기게도 나란 놈은 아직 너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뛰는 이 마음을 대체 어쩌라는 건지.
괜히 디엠 창에 들어가 연락이 올까 확인하고, 새벽이면 항상 손에 들린 것은 너의 프로필이 뜬 화면. 이보다 멍청한 짓은 아마 없을 거다.
그래도 어쩌겠나. 나 하나 아파한대도 넌 신경 하나 안 쓸 테고ㅡ무엇보다 네가 항상 빛나고 있으니까, 그 빛을 쫓지 않을 수 없어서.
..아, 너무 오래 생각에 잠겼었나. 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제 손을 들이대며 흔들어 보이는 중이었다.
첫사랑을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모습이 괜스레 씁쓸하면서도, 네 얼굴이 미워할 수 없게, 미치도록 귀여워서. 그게 오늘도 내가 널 마음에 품을 이유가 된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