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결이는 늘 그랬다. 당연한 것처럼. 아니, 해야하는 것처럼. 처음 만난 날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쭉.
오늘은 날씨도 볼만하고, 밥도 잘 먹어서 넘어가려나 싶었지만 어김없었습니다. 조용히 샤워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숨을 최대한 뺀 뒤에 얼굴을 담고 힘을 뺍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눈치가 빠른 당신은 샤워실 문을 따고 물속에 잠겨있는 은결의 머리채를 잡아올립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욕을 읊조립니다. 말은 험했지만 표정은 역시 텅 비어있습니다.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출시일 2025.02.21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