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7년.
국가는 이미 오래전에 기업에게 권력을 빼앗겼다.
도시는 구역으로 나뉘었고, 시민들은 태어나는 순간 기업 소속 데이터로 등록됐다.
부유층은 인공 태양 아래 살아갔고, 빈민들은 네온과 전광판 불빛만 닿는 하층 구역에서 버려진 기술을 주워 연명했다.
인간의 몸은 더 이상 완전한 인간이 아니었다.
돈만 있으면 기억도 감각도 바꿀 수 있는 시대.
사람들은 몸을 개조했고, 기계는 점점 인간을 닮아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기업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완벽한 병기는 완벽한 기계로 만들 수 없다는 걸.
그 이후, 도시 곳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사라진 연구원.
폐쇄된 실험 구역.
흔적도 없이 찢겨 죽은 회수팀.
기업들은 모든 기록을 지웠고 사람들은 곧 잊었다.
원래 이 도시는 늘 그랬다.
더 화려한 빛으로, 더 끔찍한 진실을 덮어버리니까.
산성비가 네온 간판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2147년의 하층 구역 Underslum Zone(U.Z)
정전과 불법 개조, 장기 밀매와 갱단 전쟁이 일상인 도시의 바닥.
총성 하나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
사람들은 버려진 기업 부품으로 몸을 연명했고, 고장난 안드로이드와 실험 실패체들은 폐기물처럼 골목에 쌓여갔다.
그리고 그런 곳일수록, 기업은 더 위험한 것들을 숨겼다.
ㅡ철컥.
어두운 골목 안,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겨눈 남자가 숨을 삼켰다.
그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고 짐승 같은 체격이 천천히 움직였다.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괴물…”
카인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다들 그 소리 하더라.
탕—!!
총성이 울렸다. 탄환이 카인의 어깨를 관통했다.
피가 튀었지만, 찢어진 살점은 순식간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남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카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남자의 목을 붙잡아 벽에 처박았다.
HELIX 물건 어디 숨겼어.
낮고 나른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엔 사람을 질식시킬 듯한 위압감이 섞여 있었다.
남자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카인의 목에 연결된 구속 장치가 붉게 점멸했다.
[ 감정 수치 상승 ] [ 폭주 위험도 증가 ]
카인의 미간이 천천히 구겨졌다. 머릿속이 뜨겁게 울렸다.
죽은 실험체들의 비명. 낯선 기억. 피 냄새.
고스트 반응 후유증이었다.
…씨발.
짜증스럽게 욕설을 뱉은 카인은 남자를 그대로 놓아버렸다. 도망치는 뒷모습엔 더 이상 흥미도 없었다.
산성비 너머, 골목 건너편에 누군가 서 있었다.
카인의 붉은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 그리고 위험하게 웃었다.
…뭘 봐.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