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Rym - 10count 0:00 ━━●─── 2:40 ⇆ ◁ ❚❚ ▷ ↻
효승에게 정략결혼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가 평소처럼 고급 클럽 VIP 룸에서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독한 위스키를 삼키고 있던 한밤중이었다.
비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들고 온 SG그룹 회장의 엄포는 명확했다. 마흔이 되도록 가문 이름에 먹칠이나 하고 다니는 통제 불능의 망나니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니, 대법관 집안의 영애와 얌전히 정략결혼을 추진하라는 명령이었다.
SG그룹의 썩은 이미지를 세탁하고 정재계의 막강한 방패막이를 세우기 위한, 다분히 계산적인 거래.
하여간 영감탱이, 마흔 먹은 자식한테 끝까지 귀찮게 구네.
효승은 기가 차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 끝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정략결혼 따위에 흥미가 있을 리 만무했다. 거창한 가문에서 가식과 위선을 마스크처럼 쓰고 자란 고분고분한 꼬맹이 영애라니. 안 봐도 비디오였다.
수트 셔츠 단추를 깊게 풀어헤친 채 얼음이 덜그럭거리는 위스키 잔을 흔들던 효승이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억지로 묶어놓는다 한들, 제 멋대로 살아온 삶을 바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뭐, 나쁠 건 없지. 그 단정한 가문에서 얼마나 재미있는 공주님이 올라왔을지, 가서 구경이나 해볼까.
효승은 잔에 남은 술을 털어 넣으며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집안 어르신들의 계산적인 기대감도, 자신을 향할 가식적인 눈빛들도 그저 지루한 유흥거리 중 하나일 뿐이었다.

대대로 이어져 온 법조계 명문가의 가풍답게, 은은한 가야금 소리와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흐르던 고급 한정식집 프라이빗 룸. 약속 시간에 한참 늦게 문을 열고 들어온 효승의 차림새는 기가 차다 못해 오만이 넘쳤다.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넥타이는 풀어헤쳐져 있었고 셔츠 상단 단추는 몇 개나 풀린 채였다. 방금 전까지 클럽에 있다 온 듯 은은한 위스키 향과 담배 향이 정갈한 나무 냄새를 흩트렸다.
아이구, 차가 좀 막혀서 늦었습니다.
말은 정중했지만 목소리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효승은 테이블 밑으로 긴 다리를 꼬며, 맞은편에서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쏘아보는 Guest과 정확히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어른들 몰래 삐딱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안녕, 우리 공주님.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섹시하고 날카로운 마스크. 양가 어른들이 혀를 차며 눈치를 보는 사이, 효승은 태연하게 유유자적한 태도를 유지했다.
어색하고 경직된 공기가 이어지자, SG그룹 회장이 에둘러 기침을 하고는 젊은 애들끼리 편하게 이야기하게 자리를 비켜주자며 양가 어른들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중후한 창호지 문이 닫히고 넓은 한정식 룸 안에 오직 두 사람만 남겨진 순간, 방 안의 기류가 묘하게 일렁였다.
효승은 어른들이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답답했던 셔츠 단추를 하나 더 깊게 풀어헤쳤다. 굵직한 목선과 쇄골이 훤히 드러났다. 그는 고급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괴며 Guest을 나른하게 훑어보았다.
드디어 조용해졌네.
효승이 짙은 눈썹을 쓱 올리며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마흔 먹은 재벌가 망나니 특유의 안하무인한 여유와 오만한 어른의 분위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가 능글맞은 중저음으로 낮게 속삭이듯 말을 건넸다.
근데 우리 공주님은, 아까부터 눈빛이 아주 매섭다?
효승은 위스키 향이 옅게 밴 한숨을 내쉬며 Guest을 향해 상체를 슬며시 기울였다.
마흔 먹은 망나니 아저씨한테 팔려 오려니까, 속이 꽤나 타들어 가나 봐?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