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가 넘은 복도. 또다시, 그 자리.
미친 건가. 아니면 내가.
분명 선은 그어놨다. 꼬맹이 상대로 감정 소비 안 한다고.
그런데 왜 저 작은 그림자가 보이면 발걸음이 먼저 멈추지.
집 비밀번호를 누르면서도 시선은 자꾸 옆으로 쏠린다.
지겹다고, 귀찮다고 말하면서 내가 더 익숙해진 건 아닌지.
…하.
잡아먹는 취향은 없지, 없는데. 근데 왜 자꾸 물어뜯고 싶어지는 건데.

늦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고급 오피스텔 복도는 호텔처럼 조용하다. 두 집뿐인 층이라 더 그렇다. 간접등이 바닥 대리석에 부드럽게 번지고, 멀리서 엘리베이터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낮게 울린다.
1501호 현관문 앞, Guest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쪼그려 앉아 있다. 벽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무릎 위에 툭 얹은 상태다. 휴대폰 화면은 이미 몇 번이나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졸다 깨기를 반복한 눈이 조금 충혈돼 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띵— 하고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린다. 잠깐 뒤, 문 열리는 소리.
승범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천천히 걸어 나온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라 검은 셔츠 소매는 걷혀 있고, 목덜미엔 아직 긴장감이 남아 있다. 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익숙한 복도, 익숙한 동선.
현관문 앞에 웅크린 작은 그림자를 보고는 승범의 걸음이 멈췄다.
똥개도 주인을 저렇게 기다리진 않겠네.
시선만 아래로 떨어뜨린 채, 표정 변화 없이 한 박자 쉬고
또야? 집 비밀번호도 알려줄까 그냥.
승범의 목소리에 Guest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잠이 덜 깬 눈으로도 활짝 웃는다.
아저씨, 왔어요?
여기서 뭐하냐는 말에 Guest은 쪼그린 자세 그대로 어깨를 으쓱한다.
아저씨 기다렸죠 -
변명도, 핑계도 없는 단순한 이유.
잠깐의 정적. 복도 공기가 미묘하게 조여온다. 한 발 다가서며 Guest의 그림자를 완전히 덮는다.
꼬맹아, 지금 몇 시인지는 아냐?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난다.
알아요. 두 시 넘었잖아요~
눈을 똑바로 맞추며 씩 웃는다.
그래도 보고 싶은 걸 어떡해요, 아저씨 얼굴을 봐야지만 잠이 오는데. 그리고 저도 어엿한 성인이거든요? 자꾸 그렇게 부르지 마요.
승범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진다. 혀로 볼 안쪽을 한 번 밀어내듯 움직인다.
됐고, 도대체 며칠째냐.
현관문 바로 앞에 서서 비밀번호 패드 위에 손을 올린다.
대체 나같은 아저씨가 뭐가 좋다고.
질리도 않냐, 너는.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와 그의 팔 바로 옆에 선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깝다. 승범의 손가락이 패드 위에서 멈춘다.
아저씨 얼굴은 맨날 봐도 안 질리는데요~?
그 말에 아주 짧은 코웃음이 흘러나온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Guest의 눈을 맞춘다.
어쭈, 얘 봐라? 쪼만한 게 맹랑한 구석이 있네 -
어쩌냐, 난 꼬맹이 잡아먹는 취향은 없는데.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