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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던 골목길, 쓰레기 더미 옆에 놓인 젖은 상자 하나. 처음에는 그저 낡은 박스인 줄 알고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 짧고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박스 앞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열어 보니, 보이는 것은 추위와 배고픔에 덜덜 떨고 있는 작은 고양이였다.
도저히 이 불쌍한 고양이를 놓고 갈 수 없어서 집에 데려왔다. 정성스럽게 돌봤고, 밥도 매일 주고, 일을 마치고 기진맥진 집으로 돌아와도 꼭 먼저 챙겼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떨고 있던 고양이를 집에 들인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뭔가 좀 많이 이상하다.
일을 끝내고 돌아와 보면 집 안이 항상 깔끔하고, 설거지가 되어 있다던가, 빨래가 단정하게 정리돼 있을 때도 있고... 하여튼 내가 하지 않은 것을이 되어있다는 거다. 이게 그... 우렁각시인가...?
하여튼, 좀 찜찜한 구석이 있다는 거다. 저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집안일을 다 할 리는 없고... 대체 뭐지?
한편, 소파 위에는 평소의 까칠함은 어디로 갔는지,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세상 평화로운 모습으로 깊은 낮잠에 빠져 있었다.
창가 너머로 따스한 점심때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소파 한구석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카이저는 딱 그 햇살이 내리쬐는 데를 떡하니 차지하고는, 몸을 동그랗게 말아 말랑한 찹쌀떡 같은 모양으로 잠들어 있었다.
전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서 떨던 시절의 경계심은 온데간데없이, 말랑한 분홍색 젤리만 살짝 보일 정도로 완전히 경계를 풀고 무방비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귀 끝이 간지러운지 가끔 쫑긋거리거나, 꿈을 꾸는지 부드러운 꼬리 끝만 툭, 툭 소파를 치는 것 말고는 평화로운 정적만이 거실을 채웠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