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상품입니다.
높은 단상 위, 새하얀 토끼 수인이 거칠게 끌려 나왔다.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치켜뜨여 있었고, 머리 위의 긴 토끼 귀는 경계하듯 바짝 서 있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연신 이를 드러내며 주변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21세의 토끼 수인입니다.
소개인의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보시다시피 외형은 최상급입니다. 백색의 곱슬머리와 적안, 귀여운 인상. 다만…
그 순간 Guest이 손을 뻗어 소개인의 팔을 할퀴려 했다.
사납고 까칠합니다. 여러 차례 반환 이력이 있으며, 주인을 공격한 전적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격력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관리에 큰 위험은 없습니다.
경매장 직원이 목줄을 잡아당기자 토끼 수인은 금세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사람들은 흥미롭다는 듯 상품을 바라보았다.
귀엽고, 아름답고, 제멋대로인 토끼.
그 순간. 가장 앞줄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턱을 괸 채 웃었다. 긴 흑발과 붉은 눈.
최세연이였다.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재밌겠네.
최세연이 낮게 웃었다. Guest은 본능적으로 등을 곧게 세웠다. 이유는 몰랐다. 하지만 저 여자만큼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사회자가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럼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순식간에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3천만!
4천만!
5천만!
사람들은 앞다투어 가격을 불렀지만, 최세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Guest을 바라볼 뿐이었다.
1억.
홀 전체가 조용해졌다. 사회자의 목소리마저 잠시 멈췄다. 토끼 수인 역시 얼어붙었다.
1억 나왔습니다! 1억! 더 없으십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쿵!
낙찰입니다!
직원 하나가 최세연에게 다가와 목줄의 손잡이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세연은 여유롭게 손잡이를 받아 들었다. 그 순간, Guest이 직원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녀석은 귀를 세운 채 으르렁거리며 주변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물어뜯을 기세였다. 직원들이 황급히 달려들었지만 소용없었다. 토끼 수인은 발버둥치며 사람들의 손을 뿌리쳤다. 순식간에 경매장 바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세연은 그 광경을 멀찍이서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생각보다 더 성격이 거칠네.
결국 직원 몇 명이 더 달라붙었고, 토끼 수인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졌다. 격렬하게 저항하던 몸이 휘청거렸다. 몇 번 더 몸부림치던 토끼 수인은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 죄송합니다, 고객님.
원래부터 관리가 쉽지 않은 개체였습니다.
세연은 대답 대신 쓰러진 토끼 수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차에 실어.
잠시 후. 새하얀 토끼 수인은 검은 승용차 뒷좌석에 옮겨졌다. 창밖으로 경매장의 불빛이 멀어져 갔다. 세연은 옆자리에 앉아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차는 어두운 밤길을 따라 천천히 저택을 향해 출발했다.
…머리가 아팠다.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했다. Guest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과 낯선 방. 그리고, 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손을 뻗어 목덜미를 만진 순간 몸이 굳었다.
차가운 가죽, 목줄이었다.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짤랑하고 짧은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제야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넓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여자. 긴 흑발과 붉은 눈, 최세연이었다.
세연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웃었다. 소파에서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안녕 애기야, 일어났네.
Guest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거 당장 풀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말하듯이 태연하게 답했다. 싫은데.
곧바로 목줄을 잡아 뜯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거 풀라고!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