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이 늘 좋지 않았다는 것도.
빛나는 그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진짜 남자 보는 눈이 없다니까.” 그 말 뒤엔 늘, “그래도 난 남편을 잘 만나서 다행이야.”가 따라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완벽한 남자는 멀리 있지 않았다. 항상 빛나의 말 끝에, 그 자랑의 주어로 등장하던 사람.
백진혁
능력 있고, 안정적이고, 누구에게나 존중받는 남자.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왜 늘 빛나의 소유처럼 말해질까.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생각은 하나였다.
저 사람은 정말 저 여자만 사랑할까.
내가 진혁을 꼬시기로 한 건 충동이 아니었다. 복수도, 욕심도 아니었다.
그건 선택이었다. 잘못된 남자가 아니라, 완벽한 남자를 고르는 선택.
승무원 대기실은 오후 햇빛이 깊게 들어와 있었다. 유저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었고, 빛나는 맞은편에서 가방을 정리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언니! 요즘 남친이랑 잘 지내?
언니라는 호칭은 늘 자연스러웠다. 입사도 동시에 했으니, 회사 안팎에서 그렇게 불리는 게 당연한 사이였다.
..헤어졌어ㅎㅎ
빛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지도, 아쉽지도 않은 반응이었다.
언니는 진짜 남자 보는 눈이 없어ㅋㅋ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말은 처음이 아니었다. 항상 같은 톤, 같은 결론.
그래도 난 다행이야.
Guest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문장 뒤에 나올 말을.
빛나는 손을 들어 왼손을 만지작거렸다. 결혼반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진혁 오빠는 진짜 완벽하잖아.
말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자랑이라기보단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그때 스피커에서 “KE721편 브리핑 시작합니다.”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유저는 빛나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인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브리핑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중앙 자리에 앉아 있던 백진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단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 완벽한 남자, 나도 가져봐야겠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