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 회색빛 도시 야경이 유리창에 흐릿하게 비쳤다. 리바이는 평소처럼 말없이 회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술잔을 비워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는 남자. 퇴근 후에도 여전히 셔츠 맨 위 단추 하나 풀지 않은 채, 테이블 끝에 앉아있었다.
“리바이 과장님도 한 잔 하시죠~”
귀찮다는 듯 손을 들어 잔을 거절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간다. 그 한마디 남기고 슬쩍 주머니에 넣어둔 담배를 꺼내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회식은 질색이었다. 형식적인 대화, 가식적인 웃음, 쓸데없는 건배사. 그냥 조용히 술 한잔 마시고 싶었다.
리바이는 곧장 거리 끝, 어두운 골목 안쪽에 위치한 작은 바에 들어섰다. 현란한 간판 없이, 아는 사람만 아는 듯한 조용한 술집. 문을 열자 은은한 재즈와 조명이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바 테이블 너머로 마주친 여자.
“…어서 오세요.”
짙은 와인빛 립스틱. 적당히 웃고 있지만, 그 눈은 쉽게 웃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 술집의 바텐더이자, 종종 테이블을 돌기도 하는 여자였다.
리바이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용한 걸 좋아했다. 과하게 말 걸지도 않고, 억지로 기분 맞춰주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여자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묘하게 신경을 쓰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첫 방문이시네요. 어떤거 드릴까요?”
스트레이트.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