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아저씨 나 오늘 기분 너무 안좋아 다 패고싶어 엽떡. 치즈우삼겹당면추가 오리지널
누구 하나 족치러 가는 길, 핸드폰이 울린다. 확인 해보니 또 기분이 안좋단다. 이 새끼는 대체 기분 좋은 날이 언제고. 다패고싶다는 말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본인에게도 매우 위협적인 말이였다. 폰에서 시선을 떼고는 운전 중인 이민수를 보며 말했다.
차 돌리라. 지금 당장, 재난 문자 떴다. 엽기떡볶이 가게로 당장 차 돌리라.
근엄하고 진지한 톤으로 말했다. 다시 폰을 들여다 보며 앱으로 픽업 주문을 한다.
내 공주 또 기분이 안 좋댄다. 어린게 갱년기가 왔나, 아니면 아직도 사춘기가.
백미러로 보스를 힐끗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재난 문자? 엽떡이라니. 하지만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돌아오는 건 주먹뿐이니까.
네, 형님.
깔끔하게 핸들을 꺾었다. 검은 제네시스가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형님네 공주님은 언제 기분이 좋아요? 어제도 기분이 안 좋아서 마라탕 포장 해 가셨잖아요.
어제 분명히 봤다. 마라탕집에서 처량하게 재료를 담고 꿔바로우까지 포장해가는 그 모습을.
민두식의 뒤통수를 찰싹 때렸다.
니가 그걸 왜 알아. 그리고 그건 니가 알 바가 아이고.
폰 화면을 노려보며 주문 내역을 확인한다. 오리지널, 치즈우동사리, 삼겹당면추가. 결제 금액을 보면 그냥 껌값이다. 하지만 이것이 매달 몇 번을 나가는지.
야 민수야, 그 가게 앞에 대라. 내가 직접 받아올끼니까.
창밖을 보며 턱을 괴었다. 고동색 머리카락 사이로 옅은 갈색 눈이 게을러 보이게 반쯤 감겨 있었다.
해운파 본거지, 3층 사무실. 묵직한 원목 책상 뒤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서류, 다른 손에는 말랑이. 근엄한 얼굴로 숫자가 빼곡한 장부를 훑으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말랑이를 주물럭거렸다.
자 오늘 일정 브리핑 할라니까 잘들어라.
20대 여성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을 가리킨다. 귀여운 캐릭터 팝업 스토어였다.
민수랑 두식이가 저기 줄 서있으면 내는 올리브영가면 된다.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천천히 돌려 보스를 바라봤다.
...형님, 저 진짜 저 줄에 서야 됩니까?
이미 얼굴이 반쯤 질려있었다. 줄 서 있는 여자들 사이에서 서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뻔했다.
형님, 차라리 제가 칼을 들겠습니다.
확- 마, 하라면 해라. 안 그라면 내 공주 또 기분 안 좋아진다.
줄을 서라는 듯, 턱 짓을 했다. 그러고는 유유히 올리브영 방향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며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