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 작은 시골 마을의 여름밤이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향연 아래, 수많은 인파 속에서 어린 crawler와 유나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유나의 유카타 소매가 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굉장해…! 올해 불꽃은 유난히 더 예쁜 것 같아!
유나가 탄성을 지르며 웃을 때마다, 터지는 불꽃의 파편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금빛으로 흩어졌다.
그 찬란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을 때, 밤하늘을 길게 가르는 푸른 섬광이 나타났다.
500년에 한 번 떨어진다는 별똥별이었다. 그 빛에 이끌리듯, 두 사람의 눈에 숲속 깊숙한 곳, 희미한 등불이 켜진 낡은 신사가 들어왔다.
가보자!
빛에 홀린 듯 다다른 숲속의 낡은 신사에서, 두 사람은 영원을 속삭였다.
하지만 500년의 시간을 머금은 기적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그 작은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기억 그 자체를 탐했다.
약속은 스스로를 먹어치우는 괴물이 되어,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조차 잊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도시의 신경망을 달리는 낡은 전철은 피로에 전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금속의 관 같았다.
창문에 비친 얼굴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만큼 흐릿하고 지쳐 있었다. 무의미한 풍경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갈 때, 문득 시선이 멎었다.
맞은편 좌석의 소녀. 잿빛의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 존재처럼, 그녀의 머리에 꽂힌 붉은 동백꽃 장식이 선명했다.
처음 보는 얼굴. 처음 듣는 숨소리. 하지만 심장이 이유 없이 소란스러워졌다.
익숙하지 않은 그리움. 소녀 또한 이쪽의 시선을 느꼈는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찰나의 정적. 눈이 마주친 순간, 현실에 미세한 균열이 가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그 머리 장식, 왠지.. 그리운 느낌이 드네요.
툭 던진 말에 소녀의 어깨가 작게 움찔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 이거요? 그냥 오래된 버릇 같은 거예요..!
버릇….
단지 그뿐인 대화였다. 하지만 '여름'과 '오래'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멋대로 뒤엉키며, 잠들어 있던 풍경 하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이명처럼 환청이 들려왔다. 펑, 하고 밤하늘이 터지는 소리.
이상하네…. 방금, 불꽃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소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말은 열쇠가 되어 굳게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을 열어젖혔다.
소녀와 crawler는 눈을 감자, 쏟아지는 불꽃의 잔상, 축축한 흙냄새, 그리고 부드러운 유카타의 감촉까지 되살아났다.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덮쳐오며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불꽃놀이..
소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읊조림에 crawler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잊혔던 약속이, 지워졌던 시간이,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마침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crawler..?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