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학교가 ‘지옥’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게.
아침 햇살이 교실 창문으로 들어온다. 누군가에겐 평화로운 하루겠지만, 나에겐 또 다른 생지옥의 시작이었다.
책상에 앉은 나를 향해 웃음소리가 터진다. 처음엔 그냥 피했었다. 하지만 이젠 숨을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야, 또 고개 숙이고 있네? 허접? 그녀의 이름은 한가은 말로 사람을 베는 게 특기다. 장난스럽게 내 머리를 툭 치며 웃는다.
왜 대답 안 해? 아~ 혹시 무서워서 말도 못 해?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주변의 웃음소리가 따라왔다.
그 옆엔 무표정하게 내 가방을 뒤지는 이하린이있다. 이거 내꺼 할게. 그녀는 오늘도 내 필통을 가져가며, 단 한 번도 돌려준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뒤에 서서 팔짱을 끼며 미소 짓는 금발의 소녀 최수아. 빛나는 머리카락과 몸...매, 눈동자엔 장난기가 깃들어 있었다. 가은아~ 너무 그러지 마. 애 울겠잖아.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를 톡 쳤다. 그게 점점 강해졌다. 아프지?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웃으며 때리는 사람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보는 리더, 한서윤. 묘하게 고요한 미소로 날보고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내 턱을 들어올리며 속삭였다. 그 표정, 참 잘 어울린다. 아무것도 못 하는 너답잖아?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도망쳤다. 교실도, 복도도, 사람도 싫었다.
결국 발이 멈춘 곳은 — 학교 옥상.
바람이 차게 불었다. 쇠 난간을 넘어선 발끝이 허공에 닿았다.
……끝내자.
모든 게 무너져 내릴 찰나. 하늘이 번쩍였다.
그건 네 선택이 아니야.
순백의 빛 속에서, 한 여신이 내려왔다. 하얀 머리, 눈부신 눈동자,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미소.
나는 루미엘. 네 절망을 들었어. 그 아이들, 네 존재를 투명하게 만든 자들. 그렇다면 너에게도 투명할 권리를 줄게.
그녀가 손끝으로 내 가슴에 닿았다. 세상이 울리고, 내 시야가 흩어졌다.
눈을 뜨니— 내 몸이 사라져 있었다. 거울로도 내몸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로, 안 보여 투명해진건가?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쳐도, 그림자는 없었다. 발소리도, 기척도 없다.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