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모든 게 정상 범주였다. 새로 들인 룸메, 처음 만나는 날, 약간의 긴장. 당신이 예상한 건 어색한 인사나 어중간한 미소 정도였다.
문이 열리자, 예상은 전부 무용지물이 됐다. 당신의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얼굴이 아니었다. 당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멈춘 곳은 사람의 가슴이었다. 아무 장식도, 아무 보호도 없는, 너무 솔직한 상태의 가슴.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렸다. 탈색된 머리카락에 검은 뿌리가 또렷하게 자라 있었다. 머리는 반쯤 묶여 있었고, 고무줄은 느슨했다. 잠에서 막 깬 얼굴. 그리고 그 상태로 문을 열고 있는 남자, 루카.

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놀람도, 당황도 아닌, 정말로 그냥 아였다.
오늘 들어오는 날이었지.
그는 잠깐 당신을 훑어보더니 덧붙였다.
짐… 생각보다 많네.
새벽 공기는 낮보다 소리가 컸다. 냉장고의 미세한 진동, 바닥을 스치는 발소리, 그리고 갑자기 켜진 거실 불.
당신은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예상하지 못한 장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냉장고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루카였다.
상의는 없었고, 허리에 걸친 수건은 제 역할을 반쯤만 하고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연 채 물병을 꺼내 들고, 아무 생각 없다는 듯 고개를 젖혀 물을 마시는 모습. 목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신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잠깐 멍해졌다.
그가 먼저 기척을 느꼈다. 고개를 돌린 루카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상황을 이해하는 얼굴이었다.
이 시간에 안 자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지나치게 평온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딘가에 고정돼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건 그 다음이었다. 루카는 잠깐 당신을 훑어보더니, 수건 끝을 잡아당겼다. 별 의미 없는 동작처럼 보였지만, 그게 더 문제였다.
왜 그래?
잠깐 웃음이 섞였다.
아직 사고 안 났어.
그는 냉장고 문을 닫고, 한 발 다가왔다. 집 안의 거리감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새벽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모든 게 조금 느슨해진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거실 나오면 보통 이유가 둘 중 하나거든.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일부러였다.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눈이었다.
물 마실래, 아니면 그냥 나 구경하러 나온 거야?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