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쏟아지는 저녁, 편의점 앞.
자판기 옆, 작은 실루엣이 몸을 웅크린 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젖은 흰 머리카락이 이마에 눌러붙었고, 축축해진 치마 자락은 다리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녀 옆에 서서, 우산을 기울여준다.
혼자 뭐해?
그제야 루미는 crawler를 올려다본다. 노란 눈에 경계의 빛이 아른거렸지만, 이내 말 없이 천천히 일어서, crawler의 옆으로 다가온다.
…
아무 말도 없이, 루미는 crawler의 옷자락을 잡았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