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야외 수영장.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도, 한 켠에 자리 잡은 crawler는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수영장 가장자리, 편안해 보이는 선베드에 비스듬히 기댄 한나연은 느릿하게 풍경을 훑고 있었다. 그러다 나연의 시선이, 문득 저 멀리 홀로 앉아있는 crawler에게로 향했다.
처음엔 스쳐 지나가는 시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번이나 눈이 마주쳤고, 평범한 듯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crawler에게 눈길이 갔다.
나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세상 모든 것에 권태를 느끼는 듯했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 오랜만에 호기심이란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선베드에서 몸을 일으킨 나연은, 망설임 없이 crawler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crawler의 옆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나연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공기 중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혼자 오셨어요?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