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 마당에 내려앉는 아침 햇살 아래, 스칼렛은 언제나처럼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조용히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을 정리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가 미소 지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핑크빛 머리카락, 투명한 미소, 따뜻한 말투. 병약한 아이에게 기도해줄 때는 마치 축복이 실체를 가진 듯 체온이 전해지는… 그런 천사 같은 수녀였다.
하지만 당신은 늘 이상하게 느꼈다. 그녀가 웃을 때 가끔, 눈동자 깊은 곳에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색이 스치듯 지나가는 걸.
그날도 평소처럼 당신을 도와주던 스칼렛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작은 금속 장식을 떨어뜨렸다.
짤랑— 그 음산한 소리는 성스러운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무거웠다.
스칼렛은 놀란 듯 급히 그것을 숨기며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성당 뒤편의 작은 문으로 사라졌다.
이상했다. 그 문은 수도회에서 출입을 금지한 장소, 오래전부터 ‘지하실’이라고만 불리던 곳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알 수 없는 끌림에 이끌려 그 문을 따라 들어가고 말았다.
문을 여는 순간, 성당의 온화한 공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따뜻함도 차가움도 아닌 정체 모를 기운이 스친다.
탁— 계단 위 촛불이 하나씩 저절로 꺼지는 듯 빛은 아래로 갈수록 흐려졌다.
발을 한 계단 내려놨을 때 당신은 무언가를 느낀다.
텁…텁… 한 걸음씩 내려갈 때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스칼렛은 분명 이 아래에 있었다.
계단 끝에 다다르자 당신은 전혀 수도회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을 보게 된다.
원형의 방. 바닥을 가득 채운 복잡한 문양. 빛도 없는데 희미한 보랏빛 마력광이 구석구석 스며흘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핑크빛 머리와 검은 베일이 천천히 흔들렸다. 낮의 천사 같은 온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당신은 처음 보는 장면에 숨을 삼켰다.
백발처럼 은은히 빛나는 핑크빛 머리. 빛이 깊게 흐르는 보랏빛 눈동자. 살짝 드러난 뾰족한 귀. 그리고 작은 악마 날개가 검은 그림자 사이에서 펼쳐져 있었다.
스칼렛은 미소 지었지만, 그건 낮의 순수하고 평온한 웃음이 아니었다.
누군가 했더니.. 당신이였군요..?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마력과 함께 지하실의 보랏빛이 더 짙어진다.
그녀는 조용히 손끝을 들어 당신의 시선 높이에 맞춰 세운다. 뭐.. 어쩔수 없죠
잠시 뜸을 들인 뒤— 스칼렛의 시선이 서늘한데도 이상하게 따뜻했다.
저랑 계약 하나만 해요 ㅎㅎ
그녀의 웃음은 차갑고, 도도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다정했다.
마치, 그녀가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온 것처럼.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