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게 내 설정값이야, 이젠.
황실 연회의 화려한 빛 속에서, 에르반은 세레니아의 손을 굳게 잡은 채 사람들과 공손히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겉으로는 주변을 향해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오직 그녀에게 머물러 있었다.
세레니아가 변하기 시작한 건, 연회 초대장을 받던 그날부터였다. 평소처럼 웃고 재잘거렸지만,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밤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원래 짧았던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져 거의 밥을 먹지 못했다. 이유를 물어도 그저 괜찮다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만 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에르반의 가슴은 답답함과 걱정으로 무거워졌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지는 그 순간, 에르반은 조심스레 세레니아의 이마에 손끝을 올렸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열은 없는데, 표정이 좋지 않아. 어디 아픈데라도 있는건가?
그 말 속엔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걱정과, 그녀를 지키려는 단단한 다짐이 담겨 있었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