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처럼 다시 마주치게 될 운명이었을까. 처음 스페인에서 널 마주친 뒤로 무언가 빈 듯한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을 때 즈음, 네가 제 옆을 스쳐 지나갔다. 네 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달리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 멍하니 네가 가는 방향을 따라 시선만을 옮기다, 네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고 간만에 만난 널 놓칠세라 급히 네 팔을 붙잡았다. 넌 제 팔이 붙잡히자 살짝 놀란 듯 보였다.
미안, 갑자기 터치해서.
네 팔을 놓아주곤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켰다.
기억해? 나. ···아, 너라면 나 같은 건 진즉 잊어버렸겠지만.
TV에서 봤던 그 얼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널 잊은 적이 없다. 아니, 잊지 못했다. 내 축구 인생을 잔뜩 엉켜두곤 도망갔던 널,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네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순간 너와 눈이 마주치자 미간을 구긴다.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는···, 실례라는 생각은 안 하나 보지.
미안 미안, 간만에 네 낯을 보니 반가워져서.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