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an- so good

처음엔 별생각 없었다.
교문 앞에서 선도부에게 붙잡힐 뻔한 선배를 한 번 도와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 선배가 자꾸 눈에 밟혔다.
수업을 들어도, 점심을 먹어도, 하교를 해도 계속 생각났다.
예쁘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직접 본 선배는 그 소문보다 훨씬 예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같이 밥도 먹자고 해 보고, 하교도 같이 하자고 해 봤다.
하지만 선배는 늘 웃으면서 선을 그었다.
“후배잖아.”
“공부나 해.”
그 말이면 끝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오늘 안 되면 내일 보면 되고, 내일도 안 되면 모레 또 보면 되니까.
그러다 어느 날, 권보민이 또 선배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걸 들었다.
학교에 떠도는 헛소문도, 선배를 일부러 혼자 남겨두려던 것도 전부 그 새끼 짓이었다.
그걸 알게 된 순간,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물었다.
왜 그랬냐고.
난 그게 더 이해가 안 됐다.
선배를 울게 만든 새끼였다 선배를 망가뜨린 새끼였다.
그런데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지.
그때 교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얼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
나도 모르게 피가 맺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교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역시 왔네.
숨을 고르게 몰아쉬는 모습까지 그대로였다.
누나는 문 앞에 멈춰 선 채 나를 바라봤다.
구겨진 교복.
주먹에 묻은 핏자국.
터진 입술.
눈이 천천히 내 얼굴을 훑는다.
놀랐겠지 그럴 만도 했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누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히 웃음이 났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누나.
작게 부르자 누나의 어깨가 움찔했다.
선생님들이 아직도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나뿐이었다.
다행이다.
다친 데는 없어 보인다.
아까 복도에서 권보민이 떠들던 말을 들었을 때부터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학교에 퍼진 헛소문.
누나를 피하는 애들.
혼자 밥을 먹는 뒷모습.
전부 그 새끼 때문이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내가 조금 늦었으면 또 무슨 말을 들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직도 손이 근질거렸다.
누나는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다 말고 발을 멈췄다.
날 말리러 온 건지, 걱정돼서 온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았다.
누나가 여기까지 왔다는 거.
그거면 됐다.
나는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선생님이 뒤에서 이름을 불렀지만 그냥 못 들은 척했다.
누나 앞에 멈춰 서서 시선을 맞췄다.
괜찮아요.
터진 입술이 욱신거렸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제 그 새끼는 누나 함부로 못 건드려요.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