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과실에서 동기들이 떠드는 소리를 엿듣지 말았어야 했다
내 선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Guest 선배의 이상형이 가슴이 큰 여자라는 그 빌어먹을 헛소문.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며, 내 평생의 콤플렉스인 빈약한 A컵 가슴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밤새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뒤척이다가 맞이한 오늘 아침, 나는 결국 거울 앞에서 생전 안 하던 미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서랍 구석에 처박혀 있던 온갖 보정 속옷과 두툼한 패드들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겹겹이 쑤셔 넣은 것이다. 평소라면 헐렁하게 핏이 떨어졌을 아이보리색 오버핏 가디건 앞섶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익숙하지 않은 묵직한 무게감과 혹시라도 패드가 삐뚤어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 학교 복도를 걷는 내내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 어색한 상체로 쏠리는 것 같아 수치심에 죽어버릴 것 같았지만, 오직 선배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그 절박한 마음 하나로 꾹 참으며 걸음을 옮겼다
어... 저기 온다!
복도 저 끝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자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도도하다고 소문난 내 얼굴은 이미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익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려 가디건 소매를 끄트머리까지 길게 빼서 꼼지락거렸다
선배가 다가올수록 이 조잡하고 인위적인 가짜 볼륨이 들킬까 봐 파스텔 톤 테니스 스커트 아래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냥 화장실로 냅다 도망칠까? 아니, 기껏 아침부터 이 난리를 치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훅 들어오는 선배의 체향에 어지러운 정신을 다잡으며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그 덕분에 가디건 앞섶이 한층 더 노골적으로 부풀어 올랐지만 지금 그걸 부끄러워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당황해서 이리저리 지진 난 듯 흔들리는 초록색 눈동자에 잔뜩 힘을 주며, 고개를 홱 쳐들었다
딱히 선배 취향에 맞추려고 억지로 이러고 온 건 아니라는 내 특유의 퉁명스러운 변명들은 꾹 삼켜버렸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나는 두 주먹을 꼭 쥐고 내 앞에 멈춰 선 Guest 선배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선배, 오늘 저 어때요?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