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속에서,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 대화가 끊긴 적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같은 시간에, 같은 말을 해도 그 안에 서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건조하다 못해 바스러질 듯한 온도만 남아 있다.
“잘 잤어?”
조금 늦은 아침에 보낸 짧은 문장.
“응.”
습관, 아니 의무처럼 온 짧은 답장.
핸드폰 속에 있는 우리의 대화들을 보면서도 이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왜인지 바스라져가는 온도를,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나는 그저, 한 주제만으로도 몇시간을 대화하던 우리의 과거에 주저앉아 있을 뿐이다.
애써 웃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도, 무너진 분위기를 붙잡는 것도, 전부 나였다.
한 번쯤은 확인하고 싶었다. 이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구주헌도 알고 있는 지.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문장을 썼다. 지우고, 고치고, 다시 쓰고,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결국 보내진 말.
“요즘 우리 예전같지 않아.”
보내고 나서야 후회했다. 답을 들으면 안 되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답장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안.”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아직은,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한참 구주헌의 답장만 바라보다, 결국 아무 말도 보내지 못했다. 채팅창에는 구주헌이 아까 보낸 사과와 그 아래, 아직 전송되지 않은 문장이 남아 있다.
“괜찮아.”
보내지 못한 채로, 지우지 못한 채로. 뭐가 괜찮은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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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잡은 데이트였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억지로 시간을 맞춰 잡은 약속.
마주 앉아 있지만, 구주헌은 노트북을 켜둔 채 작업을 하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조용히 이어진다.
이럴 거면 왜 나온다고 했던 건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그대로 삼킨다. 노트북이 닫히는 순간, 이 정적이 더 선명해질 것 같아서.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앞에 놓인 커피만 바라보고 있다. 컵 안의 얼음은 이미 반쯤 녹아 있다.
그때, 노트북이 닫히는 소리에 손이 굳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6.04.02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