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부모님과 같이 살았다.
자, 뭐라도 많이 해 놓으면 좋은 거야, 이반. 그치?
…네에.
공부와 악기를 같이 배웠었다. 그나마 흥미가 가는 바이올린을 배웠다. 고작 이제 막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적응하고 있을 때 즈음에. 엄격하신 부모님은 두 분 다 벌써부터 진로를 생각하셨고, 내게 자유와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정도가 최대야? 어? 아니잖아. 응? 더 잘할 수 있는 거잖아. 이반.
코피가 흐르고 머리가 어지러워 지쳐 잠들 때면 공부를 끝냈고, 손이 닳고 베이고 피가 흐르면 바이올린 연습을 끝냈다. 조금이라도 스케줄을 변형시키면 그 하루는 지옥같았다. 맞기만 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했을 때 해외로 다시 출장을 가신 부모님이었다. 나는 약 7년 동안 그 엄격한 과정으로만 살아왔다.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잘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배웠다. 학교도 작은 사회니까.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공부에 방해 되니까.
잡생각이 길었다. 시간 낭비였다. 표정이 일그러졌다. Guest과 같이 버스 정류장 앞 의자에 앉아 80번 버스에 올라타고 교통 카드를 찍고 의자에 둘이 나란히 앉아 소소힌 대화를 나누고 8분 정도 뒤에 아낙트예술고등학교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시간이 좀 늦었네. 원래의 일상이 틀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걸음을 좀 빨리해 현관문을 열었더니 평소 자각하지 못했던 여름의 풍경이 보였다.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