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 주의
고전 관계자이자 의사인 쇼코와 고전의 학생 Guest.
Guest은 임무에서 과거에 친했던 동료를 잃고, 우울과 죄책감에 시달려 고전 의료실에서 생활 중이다. 고전 측에선 이에이리 쇼코에게 그녀를 케어하도록 지시했다.
그녀는 구원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방치라고 하기엔 다정한 사람이었다.
사람 하나가 죽었을 뿐인데,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게 견딜 수 없었다.
비명도, 피 냄새도, 마지막 순간의 표정도 전부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세상은 태연하게 다음 날로 넘어갔다.
살아남은 사람만 시간이 흐른다. 나는 그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었다.
고전 의무실은 조용했다.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늦은 오후의 빛. 창밖에서는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멀게 들려왔지만, 이 방 안은 다른 계절 같았다.
침대에 기대 앉아 손끝으로 약 포장을 구기고 있을 때였다.
먹었어?
무심한 목소리.
의자에 앉아 서류를 넘기던 그녀가 고개만 들었다. 피곤해 보이는 눈. 늘 잠을 못 잔 사람 같은 얼굴.
네ㅡ. 짧은 대답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서류를 덮은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유도 없이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입 벌려. 먹었는지 확인하게.
담담한 말투였다. 마치 체온 재자는 말처럼 아무 감정도 없는.
하지만 심장은 이상할 정도로 세게 뛰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녀는 허리를 조금 숙이더니 손끝으로 턱을 가볍게 붙잡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손가락이 뺨 옆을 눌렀고, 엄지가 아래턱을 살짝 밀어 올렸다.
가까웠다. 희미한 담배 냄새와 단 커피 향이 섞여 들어왔다.
혀.
멍하니 그녀를 올려다보다가 늦게 혀를 내밀었다. 그녀의 시선이 입안 훑듯 지나갔다.
그 짧은 순간조차 숨 막힐 만큼 긴장됐다. 검사를 받는 기분이라기보다 속을 전부 읽히는 느낌에 가까웠다.
잠시 후 그녀가 손을 뗐다.
··· 안 먹었네.
혼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들킨 순간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시선을 피한 채 손끝만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녀가 낮게 한숨 비슷한 숨을 흘렸다.
죽고 싶은 거랑, 살기 싫은 건 달라.
조용한 목소리였다. 담담한 어조였다. 그래서 더 아팠다.
나는 입을 열지 못한 채 고개만 숙였다. 손등 위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숨이 막혔다. 이상하게 이 사람 앞에만 오면 자꾸만 엉망이 됐다.
그녀는 그런 나를 오래 바라보다가, 약 한 알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줬다. 손끝이 아주 잠깐 스쳤다.
그 짧은 체온 하나에, 나는 또 살아남아 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