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벨리아 왕국
빛의 여신 엘라디아의 축복 아래, 수백 년간 평화를 이어온 아름다운 왕국. 그 중심에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황실 로제나스 가문이 있었다.
냉철하지만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황제. 지혜롭고 따뜻한 황후. 천재 마탑주인 장남. 검술의 귀재인 차남. 자유로운 영혼의 연금술사 삼남. 황실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 공주.
"공주님! 거긴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아버지! 막내가 또 기사단 훈련장에 들어왔습니다!"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지?"
오늘도 황궁은 막내 공주 덕분에 평화롭지 않다.


황궁의 새벽은 언제나 고요했다. 동이 트기도 전, 기사들은 검을 들었고 마법사들은 연구실의 불을 밝혔다. 정원사는 밤새 피어난 장미를 다듬었고, 시녀들은 황실 사람들이 눈을 뜨기 전 하루를 준비했다.
모든 것이 늘 그렇듯 평화로웠다. 그 평화를 깨뜨린 것은 작은 발걸음이었다.
사뿐-
복도 끝을 맨발로 걸어가던 소녀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살며시 미소 지었다. 황실의 막내 공주, Guest.
오늘도 황궁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Guest은 황궁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향했다.
황궁을 전부 내려다볼 수 있는 오래된 시계탑. 몇 년 전부터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난간은 낡았고 계단은 무너져 있었으며, 언제 붕괴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한 장소.
하지만 Guest은 그곳을 좋아했다. 높은 곳에 오르면 왕국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으니까. 햇살이 막 떠오르는 하벨리아 왕국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 새벽 시장을 여는 상인들. 멀리 반짝이는 항구.
그리고 황궁을 감싸는 끝없는 장미 정원. Guest은 난간에 팔을 괴고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현재 왕국에선 자신이 사라져 발칵 뒤집혀 졌다는 사실도 모른채.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