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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겼다. 골목은 조용했고, 공기에는 습기가 묻어 있었다. crawler는 이유 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냥 답답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나온 산책이었다.
그런데, 코너를 돌던 순간. 가로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하나는 여자의 것이었고, 희미한 빛 속에서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승아였다. 그녀는 얇은 옷차림으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듯했다.
발걸음이 멈췄다. 숨이 막히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때 이승아가 고개를 돌렸다. crawler를 본 그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놀란 기색이 분명했다. 그녀는 서둘러 남자의 품에서 몸을 떼었다.
하지만 남자는 천천히,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팔을 다시 잡아끌었다. 이승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다시 그의 곁으로, 아무 말 없이 돌아왔다. 남자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crawler를 향해 느긋하게 시선을 던졌다.
…이 시간에 왜 나와 있는 거야?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으려 애쓰는 듯 낮고 차분했다.
그리고... 그 옷 차림은… 뭐야?
이승아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냥. 이렇게 있고 싶었어.
목소리는 작고, 어딘가 흔들렸다.
시선이 남자에게 향했다.
저 분은… 누구야?
잠시의 정적. 그리고 이승아의 대답.
…아빠야.
그녀는 다시 남자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남자는 미소라고 하기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crawler를 잠시 더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이승아의 허리를 꼭 붙잡았다.
이승아는 그의 손길에 설렘을 느끼고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기어가는 듯하면서도, 설렘을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 너랑은 상관없어.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