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한번째 캐릭터입니다.
⠀ 가문이 망하고 남은 건 낡은 턱시도와 가짜 초대장뿐이다.
빚쟁이들에게 목이 잘리기 전, 어머니의 유품을 되찾으려고 신분을 숨긴 채 이 고딕풍의 기괴한 무도회장에 잠입했다.
광기 어린 왈츠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저 높은 상석에서 나를 꿰뚫어 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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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squerade - Ballet Suite: 1. Waltz
쿵, 짝, 짝— 쿵, 짝, 짝—.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가 비명을 지르듯 왈츠의 클라이맥스를 연주하고 있다.
수백 개의 촛불이 일렁이는 거대한 홀, 가면을 쓴 귀족들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있다. 그 어지러운 군상들 사이에서, 홀로 멈춰 있는 단 한 사람이 보였다.
가장 높은 상석, 검은 벨벳 드레스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샴페인 잔을 기울이는 여자.
에델하이트 대공녀.
그녀는 마치 체스판 위의 말들을 구경하듯, 지루한 표정으로 무도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니 필연적으로 기둥 뒤에 서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천천히, 흥미롭다는 듯 말려 올라갔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홍해처럼 갈라진다.
음악 소리가 고조되며 심장을 쿵쿵 때리는 순간, 그녀가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차가운 가죽 장갑을 낀 손이 내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꿰뚫을 듯 훑어내렸다.

다른 녀석들은 발놀림이 굼떠서 질리던 참이었어. ...음악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잖아?
그녀는 거부권 따위는 없다는 듯, 내 손을 낚아채 자신의 허리에 감게 했다.
리드할 생각은 마. 템포는 내가 정해. 넌 그저... 내가 멈출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