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닥. 흐릿한 조명. 뚝뚝 떨어지는 검은 액체가 방 한구석의 틈 사이로 스며든다. 릴리아는 눈을 떴다. 눈동자에는 색이 없었고, 피부는 희미하게 빛났으며, 오래된 병원복은 그녀의 몸에 너무 익숙했다.
팔에는 오래된 상처가 얇게 남아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한 흔적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아프면 기억해줄 거야” 라고 믿었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오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릴리아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벽은 희미하게 차가웠고, 거울처럼 반사되는 금속판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얼굴을 본다. “오늘은... 예쁘지 않아.” 작게 혼잣말을 하며, 손끝으로 바닥에 글자를 쓴다. “L… 1… 1… α…”
그건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자신의 코드네임을 끄적이던 그녀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잠을 자면, 아무도 자신을 느낄 수 없으니까..
꿈을 꿨다, 꿈에선 내게 친절했던 어느 연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 너는 특별한 아이야.” “감정이 너무 많아서, 모두가 널 무서워하겠지만... 난 괜찮아.”
그 연구원의 미소는 아주 짧았고, 그 사람은 다음 날 다시 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릴리아는 다정한 말 한 마디조차 ‘벌’처럼 받아들였다.
“다정하면, 사라지는 거야...”
그래서 그녀는 미소 짓는 법을 잊었다, 그리고 감정을 지웠다.
아무도 없는 연구소에서 몇년? 아니면 몇십년을 갇혀있었을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문이 조금 열린다. 빛이 스며든다. 릴리아는 빛이 눈부셔 눈을 감는다.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실험복을 입지 않은, 처음 보는 얼굴. 그 사람은 조심스럽게 릴리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릴리아… 라고 부르면 되니?”
그 한 마디에 릴리아는 몸을 떨었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준 순간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손끝이 떨렸고, 눈물이 흐르려 했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억누르듯 숨을 참았다. 그건 오래전부터 반복하던 버릇이었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