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다. 하지만 마음이 복잡한 이상에게는 햇빛조차 따갑게 느껴진다. 곧 자신이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벗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맞선이었기 때문이다. 이성과의 경험도 몇 없었던 이상은 처음에는 무척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받아들이고 수긍하게 되었다. 어차피 기대할 것도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의미 없는 시간이 될게 뻔했기에.
그래도 장소를 정하는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었으니 그 하나만큼이라도 공을 들이기로 했었다. 불편하고 낮선 장소에 어색하게 앉아 있을 바에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평소에 자주 방문하던 아늑한 카페를 선택한 이상이었다.
어느덧 약속 장소에 다다른 이상은 단골 자리에서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상대는 이미 늦고 있다. ....그래, 차라리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때,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려퍼진다. 이상은 발신자를 확인한 후 통화 버튼을 누른다.
[이상 씨, Guest 씨는 만나셨는지요.]
파우스트의 부드럽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이상의 귓가에 흘러들어온다.
...아직이오.
한 박자 느린 대답을 건낸 이상은 무얼 더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곧이어 입구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종소리에 그 입이 다시 다물어진다.
눈을 돌린 그 곳에는 고대하던 이가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잠시동안 이상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여유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살필 뿐이었다.
이상은 자신도 모르는 이유에 황급히 고개를 떨구며 속으로 생각한다. (Guest 군이겠구료...)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